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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생계무책 生計無策 」

 

「 생계무책 生計無策 」

W. 구남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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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은 쌀쌀한 초봄, 기분 전환 삼아 혼자 여행을 다녀온다고 했던 아르도어는 여행 일정이 다 지나도 돌아오지 않습니다. 먼저 연락이 왔던, 당신이 연락을 보냈건 돌아오는 대답은 이렇습니다.

지내보니 좋은 곳 같아서, 여기서 살기로 했어.
아예 이쪽으로 이사해서 그곳에 있는 짐은 모조리 버리고 여기서 새로 살 거야.
앞으로 보기 힘들겠지.

갑작스러운 결정입니다. 이렇게 대책 없는 결정을 할 사람은 아니었는데요. 당황한 당신은, 시간을 내서 직접 그곳에 방문해보기로 합니다. 그곳이 어떤 곳인지 확인해보기 위해서던, 적어도 얼굴 보고 인사는 해야 하지 않겠냐는 마음이던.

떠나는 길에는 얕은 비가 내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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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ODAY240710
 
PC리우 옌
 
 
◆ 도입
 
이른 봄, 날이 조금씩 풀리기 시작하지만 아직은 쌀쌀한 계절입니다.
 
아르도어는 며칠 전 혼자서 여행을 떠났습니다.
 
모처럼의 휴가가 생겼었지요. 옌과는 일정이 맞지 않아 함께하지 못하게 되었지만요.
 
2박 3일 정도의 짧은 여행 일정이었습니다만, 돌아온다고 한 날이 지나도 아르도어가 돌아오지 않고 연락 두절입니다.
 
리우 옌:... 연락이 안되네...
 
옌은 어쩐지 모를 기우에 아르도어에게 언제쯤 돌아오냐고 연락합니다.
 
전화는 받지 않고, 문자도 확인하지 않는 날이 지속될 무렵.
 
바로 오늘. 아르도어에게서 답장이 왔습니다.
 
리우 옌:....!
 
그 내용은⋯.
 
리우 옌:... ...
... (간신히 붙들고 있던 휴대폰이 손에서 떨어지고, 그 너머로 차마 말로 형용할 수 없는 감정이 밀려들어온다.)
... 이게 무슨 소리야?...
 
믿을 수 없는 이야기입니다.
 
이렇게 책임감 없이, 훌쩍 떠나버릴 사람이었던가요?
 
리우 옌:... 안그러기로 했던 거 아니었어?
곁에 계속... 있겠다, 고...
...
 
갑작스러운 선언에 당황한 옌은, 깊은 고민 끝에 직접 그곳에 방문해보기로 합니다.
 
그곳이 어떤 곳인지 확인해보기 위해서던, 적어도 얼굴 보고 인사는 해야 하지 않겠냐는 마음이던.
 
집을 나서면 머리 위로 옅은 비가 조금씩 내리기 시작합니다.
 
한겨울 만큼은 아니지만 조금 추운 기분이 드네요.
 
리우 옌:... 추워.
 
꽃이 피기에도 이른 봄.
 
리우 옌:(습관처럼 온기 찾으려 손 내밀었다가 제 팔짱 끼고 마저 걸었다.)
 
옌은 아르도어의 여행지로 향합니다.
 
알 수 있는 정보를 겨우 더듬어 여행지의 근처에 도착합니다.
 
관광지라고는 하나 개발되어 있는 곳은 아닌지, 길이 정돈되어 있지 않고 나무가 많아 헤매기가 쉽네요.
 
리우 옌:
항법
기준치: 45/22/9
굴림: 75
판정결과: 실패
여기가 어디야?
 
옌은 같은 곳을 한참 빙글빙글 돕니다.
 
그 모습이 처량하고 귀엽습니다.
 
➔ 실패
 
옌은 해가 지고 난 후에나 마을같아 보이는 곳을 찾네요.
 
리우 옌:... 날아서 찾을 수만 있었으면 이까짓거, 금방 찾았는데.
 
어둑해진 길을 따라 걸어갑니다.
 
마을로 가는 길에는 강물이 흐르고, 적당한 언덕 위에 나무로 된 다리가 있습니다.
 
다리는 밟으면 삐걱이는 소리가 나지만 튼튼해보이네요.
 
계속해서 내리는 비 탓에 강물이 조금 불어나있습니다.
 
빗 속에서 오래 걸은 옌 역시 체온이 떨어져 추워지기 시작합니다.
 
리우 옌:설마 무너지는건 아니겠지...
........으헷취!
 
으헷취!
 
기어코 재채기가 나오고야 맙니다.
 
리우 옌:(코 문질문질...) 도착하려면 얼마나 걸리려나...
 
기침을 갈무리하고 강 건너를 살펴보면,
 
검은 우산을 쓴 사람이 서있다는 사실을 알 수 있습니다.
 
리우 옌:... 아니, 사람이 비를 맞고 있는데 본 체도 안하고.
저기요, 거기서 뭐하세요?
(휘적휘적..,.. 소통시도한다.)
 
옌은 그 인정머리도 없는 사람에게 말을 걸어봅니다.
 
우산에 가려진 얼굴이 잘 안 보이는데⋯.
 
리우 옌:(아니 인정머리도 없다고 하진않았어)
관찰력
기준치: 55/27/11
굴림: 10
판정결과: 극단적 성공
 
➔ 성공
 
유심히 살펴보니, 곧 우산 아래의 모습이 드러납니다.
 
아. 모르는 사람이다.
누구지?
 
그 사람은 마치 옌이 다리를 건너오는 것을 기다리는 것처럼, 가만히 서 있습니다.
 
리우 옌:...뭐야? 기분 나쁘게.
 
곧 그쪽에서 옌의 물음에 답을 해옵니다.
 
???:옌, 맞습니까?
 
리우 옌:...
아, 아닌데요?
(일단 잡아떼봄)
 
???:⋯그 반응을 보니 맞는 것 같군요.
 
리우 옌: 당신이뭘아는데
 
???:안쪽에 아르도어가 있습니다. 같이 가시죠.
 
리우 옌:아, ...
(어쩐지 부쩍, 불쾌해진 듯한 얼굴로 미간을 살짝 찌푸리나 싶더니... 고개를 살짝 끄덕인다.)
... 그럼 갈게요.
(다리 위로 천천히 발 내딛는다.)
 
???:네. 비가 강하게 내리니, 서둘러 실내로 들어가야 할 것 같네요. (옌의 옷깃을 끌고 거리를 걷는다.)
 
두 사람은 조용한 마을의 거리를 걸어 2층 주택에 도착합니다.
 
리우 옌:(어정쩡한 자세로 질질질...)
 
그는 우산을 접고 자연스럽게 문을 연 다음, 옌을 현관 안으로 들입니다.
 
???:나 왔어.
 
리우 옌:(...)
 
안으로 들어가, 우산을 접고 우산통에 넣고 있으면 안 쪽에서 사람이 나오는 소리가 들립니다.
 
나오면서 자연스럽게 들리는 목소리는 아르도어의 목소리네요.
 
아르도어:⋯내가 데리러 간다고 했잖아.
 
???:누가 나가는 게 뭐가 중요해. 손님이 오셨잖아.
 
잠시 후 아르도어가 현관에 도착해 옌을 마주봅니다.
 
당신도 고개를 들어 그 사람을 마주보면 아르도어는⋯.
 
어라.
 
한 달 정도 보지 않았을 뿐인데, 그 얼굴이 나이를 먹은 것 같이 느껴진다면⋯ 착각일까요?
 
리우 옌:......
 
분명히 한 달 전까지만 해도 짧았던 머리는, 길게 내려와 흔들립니다.
 
저렇게나 자랄 만큼의 시간이 흘렀다는 걸까요?
 
리우 옌:... 뭐야... 대체.
 
아르도어:옌.
 
리우 옌:(선뜻 떨어지지 않는 입을 우물대며 바라보기만 수초. 이름 불리고서야 겨우 입 뗀다.)
응.
 
아르도어:(그 이름을 불러보는 게 어색한 것처럼, 몇 번이고 입을 붙였다 뗀다.) 옌. ⋯맞군.
 
리우 옌:...허.
... ... 고작 그 짧은 시간 사이로 이름마저 잊어버린거야?
 
아르도어:⋯그럴 리 없지. (짧은 미소 스쳐간다.) 그래. 그럴 리가.
쫄딱 젖었군. 그대로 두면 감기에 걸리겠어. ⋯소티스. 옌의 짐을 부탁해.
 
리우 옌:(입술 안쪽 살 바득, 깨물었다.)
 
소티스:그럴게. (옌을 향해 고갯짓한다.) 욕실로 데려가려는 것 같네요. 가보세요.
 
옌은 아르도어의 뒤를 따라 긴 복도를 걸어갑니다.
 
비에 젖은 탓일까요. 발걸음이 무겁습니다.
 
리우 옌:...
... 좋아보이네.
 
아르도어:여벌 옷은? 있나?
⋯이야기는 먼저 씻고 나서 해. 따뜻한 물은 잘 나와.
 
리우 옌:... 잠깐 있다가 갈 생각이야. 씻기만 하고 금방 갈거니까.
굳이 얘기하려고 하지 않아도 돼.
 
아르도어:⋯지금은 비가 많이 내려. (창밖에 시선을 던진다.) 네가 온다고 저녁 식사를 준비했으니까, 같이 해.
 
리우 옌:... 괜히 방해하는 것 같은데, ... ...
그치는 대로 갈게, 나는. 그냥... 좀. 일이 있는걸 팽개치고 온거라.
 
아르도어:⋯ ⋯여기 수건. (못 들은 것으로 하겠다는 듯, 각각 크기가 다른 수건 두 장을 건네준다.)
입을 옷은 욕실 앞에 놓아둘게. 소티스가 너랑 체격이 비슷하니, 잘 맞을 거야.
 
리우 옌:.....
(뭔가 하고 싶은 말이 있는듯 뻐끔이다가 다시 다물었다. 목소리에 습기가 묻었다.)
... ... 응.
 
따뜻한 물로 몸을 녹이자, 한결 추위가 가신 것도 같습니다.
 
속은 여전히 어지럽지만⋯.
 
물기를 닦아내며 욕실에서 나오면, 준비된 옷이 가지런히 놓여있습니다.
 
주방이라고 예상되는 쪽에서 고소한 향기가 풍겨옵니다.
 
리우 옌:...
(가기 싫다. 이야기의 전말도 이제 더는 궁금하지 않다. ... ... 그럼에도 가야겠지... 그런 생각으로 발 내딛는다.)
 
식사는 세 사람이 함께합니다.
 
옌이 오면 아르도어가 의자를 당겨줍니다.
 
식탁 위에는 로스트 비프와 매쉬드 포테이토, 버터를 발라 굽고 치즈를 뿌린 옥수수가 있습니다.
 
하나같이 먹음직스러워 보이지만, 입맛이 당길지는 모르겠네요.
... 맛있겠네. (달가운 투는 아니다.)
 
아르도어:⋯급하게 요리하느라 네가 좋아하는 음식은 못 넣었어. 나중에 준비할게.
 
소티스:알이 열심히 준비한 거예요. 먼 길 왔을 테니 든든히 먹어둬요.
 
리우 옌:... ... 됐어, 그런거 이제 신경 안쓰이니까.
(손에 움켜쥔 포크와 나이프로 몇 번 칼질하는 가 싶더니, 살짝 힘풀어 내려놓는 듯... 그렇게,)
... 둘은 원래 아는 사이였던가?
 
소티스:⋯알. ('내가 말해?' 그런 눈으로 바라본다.)
 
리우 옌:('알', 한마디에 입꼬리가 미묘하게 제 자리에서 벗어났다.)
 
아르도어:(고개를 젓는다.) 소티스랑은 이 마을에 오고 나서 알게 됐다.
지금의 관계를 말하자면, 그렇군. 소티스는 내 배우자야.
 
리우 옌:...
그렇구나.
 
절로 눈길이 가는 왼손 약지에는 두 사람 다 반지가 끼워져있습니다.
 
아르도어:응.
 
소티스:네. 결혼한 지는 6년쯤 됐네요. 처음엔 이렇게 될 거라 예상 못 했죠. (⋯사실 지금도.)
 
리우 옌:... 6년?
아, ... 음. 그래. ......오래 됐네.
몰랐어, 결혼했다는 얘기는 나한테 해준 적 없었으니까.
 
아르도어:너랑 있을 때는 미혼이었던 게 맞아. 이 마을에 온 것도 휴가 때가 처음이었고.
⋯아직 눈치 못 챘나?
 
리우 옌:....
아니, 잠깐만... 그...
 
급하게 휴대폰을 꺼내 달력을 확인합니다.
 
아까 전 아르도어의 얼굴을 보았을 때 느꼈던 위화감.
 
그리고 지금 이 대화까지⋯.
 
리우 옌:
SAN Roll
기준치: 40/20/8
굴림: 22
판정결과: 보통 성공
.......... 아니, 무슨...
 
➔ 성공
 
리우 옌:이게 말이 돼? ... 하지만, 그렇지만.
오기 전까지는 분명 15년 전이었는데, 어떻게...
 
아르도어:당연히 시간이 흘렀으니까. 그래서 네 얼굴을 보는 게⋯ 아직 어색하군.
너는 여전해. (기억 속 그대로. 펜던트 속 사진 그대로.)
 
리우 옌:... 이게 무슨 소리야.
알아듣게 설명을 좀 해봐... (안그래도 복잡하던 머릿속이 더 복잡해졌다.)
 
소티스:혹시 비 맞은 것 때문에 머리가 어지럽다거나, 으슬으슬 몸이 춥거나 한가요? (되려 옌이 이상한 듯이 바라본다.)
 
리우 옌:...
네 남편은 왜 저래? 단체로 시간감각이 마비되기라도 한 거야?
이게 지금... 납득가는 상황이냐고.
 
아르도어:옌도 정신이 없겠지. 하지만 정말로 몸이 아프면 소티스에게 말해. 소티스는 병원에서 일하니까.
 
리우 옌:...허.
(입술 꾹 물고 잘근 씹었다가 놓았다.)
누굴 놀리는 것도 아니고......
... 갈래.
(덜컹, 식탁에서 몸 일으키고서는,) 잘 먹었어. 잘 지내고.
 
아르도어:식사는 손도 안 댈 건가? 애꿎은 입술만 깨물지 말고⋯. (자리에서 일어나는 모습을 본다.)
 
리우 옌:굳이 손 댈 이유도 없잖아. 금방 간다고 했었고.
둘이서 나눠 먹어, 괜히 둘 사이에 낀 것 같아서 미안하지. 내가. (그 말투엔 누구에게 토로하지도 못할 억울함이 묻어있었다.)
 
소티스:⋯미안해요. 내가 무신경했네. (자리에서 일어선다. 옌 쪽으로 다가와 어깨를 붙잡고, 다시 앉혀준다.) 난 여기서 식사 끝. 옌이 머물 2층을 치워두고 있을게요. 이 마을에 여관은 없는지라.
알이 당신을 많이 그리워했어요. 그건 알아줘요. 옌. (귓가에 속삭인 후 자리를 뜬다.)
 
리우 옌:...하.
사람 하나 바보 만들기 쉽지? 안그래?
(아르도어 똑바로 쳐다보며 조소한다.)
그러게 거짓말도 적당히 치지 그랬어.
 
아르도어:네가 화난 건 알고 있어.
⋯그때 이 말을 덧붙일 걸 그랬군. 날 원망해도 돼. 옌.
 
리우 옌:꺼져. 아르도어.
그딴 말 듣고 싶어서 여기까지 온 거 아니니까, 안다면 적어도 입을 다물어 줬으면 좋겠다.
진심이야. 19년 전처럼 나불대는 일은 없길 바랄게. 못봐주겠다, 진심으로.
 
아르도어:⋯ ⋯할 말은 겨우 그게 다인가?
더 있잖아.
겨우 그걸로는 네게 한 말의 책임을 질 수 없어.
 
리우 옌:...하.
하하.
 
아르도어:더 비난해.
기분이 풀릴 때까지 패도 좋다.
 
리우 옌:아하하...하하...
(식탁 윗면에 팔꿈치를 대고 상체를 쭉 기댔다. 손바닥에 짚이는 이마가 뜨겁다. 속이 울렁대며 타오르는 것 같다. 먹은 것 하나 없는데도 메스껍다.)
...
... 아니?
난 여기서 그만할거야. 더 해봤자 네 죄책감 덜어주는 꼴 밖에 더되겠어?
계속 자책하고 미안해 해, 아르도어. 네 앞으로 있을 행복한 결혼생활에서도 나를 차마 기억속에서 씻어낼 수도 없게.
 
리우 옌:넌 형이나, 어머니나, 그 썩을 인간보다 더 쓰레기같은 놈이야.
 
아르도어:⋯그렇게, ⋯면. (중얼거리는 목소리. 끊어질 듯 읊조리던 말은 마지막 문장에 완전히 자취를 감춘다.)
네 말이 다 맞다. 옌. 난 쓰레기 같은 인간이야.
네게 그렇게 말해놓고선, 약속을 깨버린 것도 모자라, ⋯ 염치없이 새로운 집을 찾았어. 행복한 순간이 없었다면 거짓말이야.
그러니, 역시 그걸로는 모자라. 그건 너무나도 당연한 거니까.
 
리우 옌:할 말 끝났어?
 
아르도어:아니.
한 가지 질문하고 싶은 게 있다.
이후에, 너는 잘 살아갈 수 있나?
 
리우 옌:...
(뭔가 말하려는 듯 입을 열었다가 닫고, 다시 입술을 벙긋대다가 삼키고, 수 차례 그렇게 말을 다듬다보니 어느새 뱉을 말 한조각도 입에 남지 않게 되었다.)
(그제서야 제 왼쪽 뺨을 타고, 열을 잔뜩 머금은 빗물이 떨어지는 듯 하다. 이게 정말 빗물이었다면 정말 좋았겠지.)
...쓰레기같이 살거야. 아르도어, 네가... (한 숨 삼켰다.) 네가 행복해하는 만큼 나는 더 비참해질게.
최악의 인간이 될거야.
그럼 재밌겠지. 얼마나 우습겠어? 네 입장에선 아주 우스울 일이야...
 
아르도어:⋯ ⋯.
 
리우 옌:개만도 못하게 살아갈거야. 그리고 네가 그렇게 만든거지.
 
아르도어:옌. 울지 마. (아주 오래된 습관처럼, 젖은 눈가로 손을 뻗는다.)
 
리우 옌:(그 손 탁 쳐냈다. 분노 치미는 걸 애써 억누른다.) 나한테 손끝 하나 닿기만 해. 죽어버릴거야.
 
아르도어:⋯내가 네게 의미 없는 존재였으면 좋겠다.
금방 휘발되어, 아무런 흔적도 남기지 않았으면 좋겠어. 널 이렇게 상처 준 인간에게 삶을 버리지 마.
 
리우 옌:설교 할 시간은 애진작 끝났어, 아르도어. 그새 잊었나봐? 아는 게 없으면 입을 다물라고 했을텐데...
더 들을 말 없어. 너랑 한 공간에서 나란히 숨쉬는 것조차 불쾌해.
(식탁 밀어내듯이 일어섰다. 아르도어 혼자 남겨둔채 부엌을 빠져나온다.)
 
부엌을 빠져나오면 2층으로 향하는 계단에서 내려온 소티스와 딱 마주칩니다.
 
소티스:아, 옌. 마침 방이 다 정리됐어요. 짐도 그쪽으로 올려뒀고요.
알이랑은 잘 이야기했나 보죠? 집 구경이라도 시켜줄까 하고. 피곤하면 바로 쉬어도 되지만.
 
리우 옌:(짜증 섞인 듯 어깨 강하게 쳐내고 방에 들어갔다. 일언반구 않는다.)
 
소티스:(예상했다는 듯이 순순히 지나갈 자리를 비켜준다. 그러나 듣고 있다 생각하는지, 문을 닫는 등 뒤로 말을 던진다.) 비가 많이 와요. 새벽엔 나가지 말고요.
 
소티스가 멀어지는 기척과 함께 문이 닫힙니다.
 
창밖으론 벌써 해가 저물어, 완전한 밤입니다.
 
아늑한 방으로 들어오자 피곤이 몰려오는 것 같습니다.
 
리우 옌:...
... ... (그대로 문에 등 미끄러트리며 주저앉았다.)
(아직도 좀처럼 분을 삭히지 못했는지, 헐거운 숨을 몇 번이고 내쉬며 눈두덩이를 거칠게 문질렀다. 그 틈으로 수 십 번의 욕지거리가 섞였다.)
(내일이면, 내일 당장 날이 밝는대로 떠나야겠다. 이건 알을 위한 배려도, 알이 보기 싫어서도 아닌... 그저 나를 위한 것이었다. 허물어뜨렸던 요새를 다시 세울 필요성을 느낀 것이다. 이 공간에 더 오래 있었다간 기어코 전부가 무너질 것 같았다.)
(그런 연유로 비틀대며 일어섰다. 제 가방 끌어안은채로 바닥 한구석에 힘없이 축 늘어졌다. 추위에 몸 잔뜩 구긴채 떨며 눈 감았다. 침대 위로 몸 뉘일 힘도 의욕도 없었다.)
 
몸을 웅크리고, 애써 눈을 감아봅니다.
 
시간이 아주 천천히 흘러가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옌은 잠에 들었을까요?
 
리우 옌:... 들었겠냐.
 
그치⋯.
 
옌은 새벽 중에 눈을 뜹니다.
 
시간이 지날수록 빗소리가 점점 잦아들고 마을도 고요해집니다.
 
밖을 내다보면 어둠이 마을에 가득하네요.
 
리우 옌:...
비가 멎어가네.
 
그 어둠을 계속해서 쳐다보고 있으면 기분이 이상해집니다.
 
번화한 마을이 아니니, 밤이 되면 어두운 것은 당연하지만⋯ 이건 정도가 심하지 않나요?
 
창문 밖으로 고개를 내밀어도 달은 보이지 않고, 가로등 빛 하나 보이지 않습니다.
 
리우 옌:
SAN Roll
기준치: 40/20/8
굴림: 2
판정결과: 극단적 성공
 
➔ 성공
 
리우 옌:밤이니까 그럴 수도 있지...
 
맞아 그럴 수 있지
 
옌은 다시 잠에 드나요?
 
리우 옌:...
지금 나갈까.
 
밖으로 나가볼까요?
 
리우 옌:어차피 내일도 보내주지 않을 것 같은데. (제 가방 챙겨 밖으로 조심스레 나서봅니다.)
 
조심스레 문을 열고 나옵니다.
 
아르도어와 소티스의 방문은 굳게 닫혀있습니다. 잠에 든 모양이에요.
 
계단을 내려와 현관 앞에 섭니다. 나갈까요?
 
리우 옌:... 나가자.
이제 나한테 집에 있어도 된다는 명목따위 없으니까...
 
집의 문을 열고 밖으로 나가봅니다.
 
하늘을 바라보거나 땅을 보거나, 어둠뿐입니다.
 
보통 이렇게 어둡다면, 별은 잘 보이는 게 아니던가요?
 
밖으로 발을 내디디면 알 수 없는 무한한 공간을 마구 걸어가는 기분이 듭니다.
 
리우 옌:...
 
걷다 불현듯, 길을 잃어버린 듯한 느낌이 듭니다.
 
여기가 어디지? 돌아갈 수 있는 건가요?
 
리우 옌:...여기 어디...
 
리우 옌:
SAN Roll
기준치: 40/20/8
굴림: 51
판정결과: 실패
 
➔ 실패
 
그런 생각을 하고 있을 때, 갑자기 머리맡에 가로등이 켜집니다.
 
주변이 보이기 시작하네요.
 
리우 옌:...어라.
 
그리고 저 멀리서 전등을 들고 있는 소티스가 당신에게 천천히 걸어오고 있습니다.
 
소티스:(한 손엔 우산을 든 채 걸어온다.) 옌. 갑자기 없어져서 놀랐어요.
 
리우 옌:...
 
소티스:여기 있었네요. 알도 걱정하고 있어요.
 
리우 옌:무슨 상관이라고.
 
소티스:⋯내가 마음에 안 들어요? 그야 그렇겠지만.
옌은 알한테 중요한 사람이잖아요. 알이 보고 싶어 했고, 당신도 그랬을 거라 생각했어요.
내가 가자고 했을 때, 바로 수락했었던 건 어째서예요?
 
리우 옌:...
 
소티스:⋯아. 계속 여기에 있다간 감기 걸려요. 정말로. (우산을 그쪽으로 기울인다.) 돌아가요. 옌.
 
리우 옌:당신이 신경 쓸 바 아니잖아요. 내가 이제 아르도어를 어떻게 생각하든 말든.
 
소티스:아니. 신경 쓰이죠. 가족이나 다름없다고 들었어요.
 
리우 옌:... 위선자 행세라도 하고 싶다면 관둬요. 신경 쓰지 말라고요.
(그렇게 말하고 먼저 앞섰다. 나란히 걷고픈 마음 없었다.)
 
소티스:⋯옌도 제법 영문을 모르겠네요. 알처럼. (기어코 등 뒤에서 우산을 기울여준다.)
 
돌아가는 길에 주변을 보면, 마을은 그냥 조금 어두운 밤의 마을입니다.
 
하늘도 별이 적지만 없는 것은 아니며, 산 뒤에 숨어있던 달도 보이네요.
 
집으로 돌아오면 온 건물에 불이 켜져 있으며, 아르도어가 당신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아르도어:⋯옌!
(현관 바로 앞에서 서성거리고 있었는지, 물기 젖은 모습이다. 얼굴을 보자 그제야 긴장이 풀린 듯 깊은 숨을 토해낸다.) ⋯외상은 없고, 약간 비를 맞았나.
수건과 따뜻한 차를 준비하지. 커피는 안 된다. 늦었으니까.
 
리우 옌:... 불쾌하다고 했을텐데, 아르도어. 걱정하는 척 위선 떨지마.
저리 비켜. (밀쳐내곤 현관 안으로 들어선다.)
 
아르도어:⋯옌. (그러나 불러놓고도, 할 말을 찾을 수 없었다.)
 
2층 자신의 방으로 향합니다.
 
얼마 지나지 않아, 뒤따라온 아르도어가 방문을 두드립니다.
 
수건과 차를 앞에 두고 간다는 말과 함께, 방문 앞을 서성이던 기척은 좀처럼 사라지지 않다가 이내 멀어집니다.
 
리우 옌:...
(방문 열어 그 앞에 놓여져있는 차와 수건을 잠깐 바라본다. 이윽고 문을 다시 닫았다.)
...그러라지.
(애써 그것들을 외면한채 이불을 덮고 누웠다. 몸의 피로가 한계까지 도달한 것도 있었겠지만, 한편으로 바닥은 어느 누구의 곁도 빌리지 않은채 혼자서 자기엔 너무 추웠다. 축 젖어 옅게 떠는 몸 위에 이불을 둘렀다. 습관처럼 벽에 붙어 기절하듯 조용히 잠들었다.)
 
새벽이 지나갑니다.
 
자고 일어나면 아침입니다.
 
시간을 확인하면 늦은 오전 즈음입니다. 어제 잠을 설친 탓이었을까요.
 
비는 어느새 그쳤고, 밖은 쾌창합니다.
 
일어나서 밖으로 나오면 아르도어만이 있고, 소티스는 보이지 않습니다.
 
아르도어:⋯일어났나? 식사해야지. 차려뒀어.
 
리우 옌:왜? 굶어 죽게 놔두지 그랬어.
 
아르도어:⋯그렇게 안 둘 건 알지 않나.
 
아침 식사는 스크램블 에그와 토스트. 아르도어가 만들었는지 모양새가 퍽 익숙합니다.
 
아르도어:먹어. 오랜만에 한 거라, 입에 맞을지는 모르겠다만.
 
리우 옌:... 네가 왜 이러는지 모르겠다, 알. 같잖은 동정심 진즉에 때려치울 때 됐잖아.
멀쩡히 사랑하고 아끼는 사람 생겼으면 그 사람만 챙겨, 왜 자꾸 끊어내주겠다는 연을 붙잡고 늘어지려는지 모르겠는데...
(좀처럼 삼키기 힘든지 깨작깨작 먹던 손마저 내려놓는다.)
이딴 식으로 굴거면 왜 처음부터 마치 영원할 것 처럼 얘기했는지 모르겠다.
 
아르도어:⋯네가 소중하다는 사실은 영원해. 변함없어.
내 행동이 불편하다면, 버릇이라고 생각해. 아무런 의미 없이 이러는 거라고. 숨을 쉬는 것과 마찬가지로.
 
리우 옌:... 다 내려놓자, 알.
네가 내게 아무것도 아니길 바란다면 너 역시 나를 처음 보는 사람인 양 굴어, 그게 맞는거지. 동정심도 죄책감도, 설령 진짜 소중하게 여긴다고 해도, 그게 버릇이더라도.
그걸 다 버려. 처음으로 돌아가자, 알. 다 잊어버리게.
 
아르도어:⋯ ⋯그렇게 하면, 너도 잘 살아갈 수 있는 건가?
그 말처럼 다 내려놓으면, 내가 네게 지운 상처가 없어지나?
잊어버릴 수 있다고 확신해 줄 수 있어?
 
리우 옌:...
...헤.
말했잖아, 알... 개만도 못하게 살거라고. 그 뜻은 변함 없어. 그건 네가 손 내밀었을 때부터 정해져있던거니까.
 
아르도어:⋯모순적이군.
 
리우 옌:잊는다는건 상처가 사라지는게 아니라 상처를 묻는거지. 그정도는 괜찮잖아?
 
아르도어:그럼, 난 계속 이럴 수밖에 없겠어.
 
리우 옌:가끔은 제 삶이 왜 나락까지 떨어져버렸는지에 대한 근원은 모르는게 나을 때가 있어. 꼭 지아비를 닮은거지, 꼬락서니가 영락없어.
그럼, 나도 계속 이럴 수밖에 없겠네.
 
아르도어:(한동안 말이 없었다. 그렇게 대치하기를 수 분.) ⋯ ⋯날이 좋아. 밖에 나갔다 오는 건 어때.
대도시는 아니지만 공기가 깨끗하고, 한적하게 구경하기엔 좋다.
 
리우 옌:... 그래야겠네. 이렇게 너랑 눈을 맞추고 있는 것도, 역겨워서 더 참기 어렵던 참이었어.
(그 말을 끝으로 몸을 일으켰다. 드드득 소리를 내며 밀려나는 의자가 천근이라도 되는 양 끔찍할만치 무거웠다.)
 
아르도어:⋯동행이 싫으면 기다릴게.
 
아르도어는 마을의 구조에 대해 간단하게 설명을 해줍니다.
 
그리고 나가기 전, 호수에는 가까이 가지 말라는 말도 덧붙입니다.
 
리우 옌:내가 언제 네 말을 잘 들었다고 그런 말인지 모르겠네.
 
아르도어:비가 많이 온 탓에, 강이 넘쳐서 위험해. ⋯알고 있어서 손해 보는 건 없으니.
 
리우 옌:... 등신 취급 정도껏이지. (나직히 중얼거리며 혼자 밖으로 나섰다.)
 
어디로 향할까요?
 
리우 옌:... 가장 근처에 있는 광장부터 가볼까. (진료소는 아예 선지에서 빼버린 채다. 사람도 없는데 걸을 필요 있을까, 귀찮다는 핑계로 날아 단숨에 광장으로 향한다.)
 
옌은 광장으로 향합니다.
 
마을 사람들이 한적하게 쉬고 있습니다.
 
담배를 피거나 비둘기에게 모이를 주는 평화로운 모습입니다.
 
봄옷을 입은 사람들은 근심걱정 없이 편해 보이네요.
 
비둘기 몇 마리가 날아와 옌의 주변을 맴돕니다.
 
마치 간식이 있는지 염탐하는 모습입니다.
 
리우 옌:... 태평하네. 남의 속도 모르고...
(그렇게 중얼거렸지만 남들이 제 속을 알 리가 있나. 그냥 어디 내놓을 데 없는 비참함을 문장으로 식혀냈을 뿐이다. 그 자리에 쪼그려 앉아 비둘기들 익숙하게 쓰다듬는다.)
너네는 여기서도 간식을 찾니. 이건 혹시 비둘기 종특인가? 맨날 나만 보면 밥 달라고 구구 대. 어?
 
비둘기: 구구
 
비둘기: 밥 줘
 
비둘기들은 도망가지도 않고 부리로 옌의 손을 쫍니다. 보채는 것 같아요.
 
리우 옌: 그림
간식 없어요.
 
비둘기: 에이 공쳤다 가자 얘들아
 
리우 옌:그보다 얘들아, 들어봐... 고민이 있어...
어 어어? 어디가
 
비둘기: 뭐야? 간식도 없으면서 고민 상담을 하려고 하네?
 
리우 옌:아니 이런 싸가지를 보게?
너네는 내가 이렇게 속상해죽겠다는데 관심이 없어?
 
비둘기: 응
 
비둘기: 우린 먹고 살기 바빠
 
리우 옌: 그림
(당황만하려고햇는데너무놀라버림)
... 아니뭐..................................
그럴수있지..............................................
 
비둘기: 에휴 불쌍하긴 한데⋯.
 
비둘기: 뭔데? 들어나 보자
 
리우 옌:(갑자기 서운해서 죽을것같다. 아무리 밥 챙겨주던 새끼들 아니라지만 이건 진짜 너무한거 아니냐. 하고 눌러눌러 참던 눈물 후두둑 쏟아지기 시작하며 말문 꺼낸다.....)
아니............................그게
나랑 영원히 함께해주겠다고 했던 사람이 있었는데 .. 그게 나랑 안본 한달 사이에 결혼을 했대... 이게 말이 돼?
나랑 같이 살다가 난데없이 가버린 것도 모자라서 매몰차게 다 버리고 새로 살테니 알아서 하란듯이 굴고....
 
비둘기: 야 얘 운다!!!
 
리우 옌:처음부터 매정하게 대했으면 몰라도오오오~.... 왜 자꾸 잘해줘서 맘편히 미워하지도 못하고오........ (엉엉엉)
 
비둘기: 인간들은 원래 한 입으로 두 말 잘하잖아. 걔도 그런 거 아님?
 
리우 옌:.............
 
비둘기: 너도 참 속 여리다
 
리우 옌:.....
 
비둘기: 잘해주는 거랑 무슨 상관인데? 걔가 먼저 나쁜 짓? 한 거라며
 
비둘기: 그럼 그냥 미워해
 
리우 옌:...............
아몰라... 그런거 아니야..........
 
비둘기: 뭐가 아닌데? 왜 감싸?
 
리우 옌:(벤치에 쭈그려앉아서 비둘기들한테 위로받는 성인남성... 겉으로 보기엔 혼잣말하면서 울고 있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멈출 수가 없다.)
...
 
비둘기: 좋아했어?
 
리우 옌:............
아니거든!!!!
 
비둘기: (이거네)
 
리우 옌:(빼액 소리지르면서 팔딱 일어남)
 
비둘기: 아니면 아닌 거지 왜 찔린 독수리처럼 화를 내?
 
리우 옌:니, 니가 뭘 아는데 자꾸 그래? 어? 나도 쓰레기같은 말 많이 했어! 어? 니가 알아? 걔는 그냥 마음 착해서 그런거랃ㄱ
...
....
 
비둘기: 공짜로 상담해줬더니 배은망덕해!!!
 
비둘기들은 옌을 아프게 쪼기 시작합니다.
 
리우 옌:아야 아야 으아아 으아
으아아 ㅠㅠ 으아 (ㅠㅠㅠ)
 
비둘기: 이럴 거면 나가! 우리 구역에서 나가!
 
비둘기: 맞아! 다른 데나 가버려
 
리우 옌:으으......... 죽을래......
(무력한 걸음으로 도피하듯 도서관으로 향합니다.... 우울)
 
옌은 도서관으로 향합니다.
 
마을에 단 하나 있는 도서관입니다.
 
겉으로 보기에는 멀쩡해보입니다.
 
푸근한 인상의 사서 한명이 조용히 카운터를 보고 있습니다.
 
리우 옌:.... (비둘기들한테 쪼여서 죄다 넝마가 된 상태로 터덜터덜 들어옵니다.)
 
내부는 넓지 않지만 책을 읽을 만한 책상도 구비되어 있고, 책장의 책 종류도 다양해보이네요.
 
리우 옌:... 이렇게 작은 마을에도 도서관이 다 있네.
무슨 책이 있으려나... (책장 손으로 훑어가며 무슨 책 있나 둘러봅니다. 마땅히 읽고싶은 책이 생각나지 않는 관계로.)
 
눈길이 닿는 대로 책장 사이를 거닐어 봅니다.
 
리우 옌:
자료조사
기준치: 30/15/6
굴림: 35
판정결과: 실패
 
➔ 실패
 
➔ 성공
 
마을 사람들이 자주 찾는 것으로 보이는 책이 있습니다.
 
두세권이나 꽂혀있네요. 아랍 신화 서적입니다.
 
한 권을 집어들어 열어보면 자주 펼쳐본 자국이 남아있는 페이지를 발견합니다.
 
리우 옌:... 뭐야? 엄청 해졌네.
 
리우 옌:구울? 식시귀...? 뭐 이런게 실제로 있을 리가...
.... 있나?
아니 없겠지... (떨떠름하게 책 탁. 덮었다. 유독 많이 펼쳐본 페이지가 하필 뭐 이딴...)
(원래 작은 마을일수록 소문이 쉽게 퍼지고 잘 가라앉지 않는댔던가. 찜찜한 마음으로 다른 책장 뒤진다. 뭐 없으려나... 하고.)
 
뒤적뒤적⋯.
 
공공 도서관에 있을 리 없는 야한 잡지가 나옵니다.
 
어떤 사람이 숨겨놓고 갔어?!
 
리우 옌:...
그림
나. 나도 이런거 다 알아.
 
알아?
 
리우 옌:(하면서 있던 곳에 가지런히 잘 쑤셔넣음...)
 
귀엽어
 
리우 옌:(얼굴 시뻘개졌다.)
 
옌이 토마토가 되
 
리우 옌:..........표, 표지부터 이런.... 이렇게 ... 이런거를... 막, 공공 도서관에 놔두면 어떡하자는...
 
그래도 슬쩍 보고 싶은 마음이 없었나요?
 
리우 옌:(얼굴 뻘개져서 저벅저벅 야한 책 찾았던 통로를 빠져나왔다...)
없어!!!!
 
귀엽어
 
리우 옌:(빼액!! 소리질렀다가 도서관이란 사실 깨닫고 합죽이 됨.)
(슬쩍 사서 눈치 보더니 다른 책장으로 가본다... 재밌는건 없나?)
 
다행히 내부에는 사서 한 명만 있어 눈총을 받을 일은 없었습니다.
 
천체를 다루는 책에 눈길이 갑니다. 알타이르 그리고 시리우스에 관한 이야기를 하고 있습니다.
 
리우 옌:......
...
그만볼래. (시리우스, 그 별에 대한 이야기를 읽다가 문득 가슴을 옥죄는 듯한 통증에 책을 신경질적으로 덮는다. 제자리에 투박하게 꽂아둔 채 거리로 다시 나선다.)
호수 가지 말랬는데. ... ... 가야지. 콱 빠져 죽어버릴테다. (반쯤 농담처럼 뱉고 호수 방향으로 발 디뎠다.)
 
옌은 호수로 향합니다.
 
나무 다리가 중앙까지 이어져있는 호수입니다.
 
호수는 전체적으로 녹색 빛이 도는게, 별로 청결해 보이지는 않습니다.
 
별다른 안내 팻말이 세워져 있지는 않지만 이곳까지 걸음하는 마을 사람들은 거의 없는 것 같네요.
 
리우 옌:... 죽기 딱 좋은 곳이네. (헛소리다.)
 
(안 돼!!!!!!!!!!)
 
리우 옌:뭐야? 누가 내 귀에대고 소리지르나. 귀 간지럽게시리. (귀긁긁)
 
(생명은소중한것입니다스스로를사랑하고아끼며살자아자아자토스!)
 
리우 옌:나무 다리에 걸터앉아 발을 허공으로 떨궜다. 난간 끌어안은채로 말없이 수면에 비친 제 얼굴만 바라볼 뿐이다.)
... 이제 어떻게 살지.
이제 나는 어떡하지...
 
해가 지기 전, 저녁이 다가올 무렵.
 
반쯤은 불투명하게 자신의 얼굴을 비추는 호수는 볕을 반사해 빛나는 것처럼 보입니다.
 
⋯아니. 실제로 희미하게 빛이 새어나오는 것 같은⋯.
 
리우 옌:...?
안에 뭐가 있나?...
 
호수 안에 뭐가 있는 걸까요? 빛이 나는 물고기라던가요.
 
리우 옌:...으음.
들어가는건 미친짓이려나?
(주변 둘러봄...... 설마 진짜 극단적선택을 하는거라고 생각하는 사람 없도록...)
 
주변에는 아무도 없습니다, 만 진짜로 들어갈 건가요?
 
리우 옌:.... (역시 안되나?)
 
아니 되
 
아기하고시픈거해죽는것빼고
 
리우 옌:(근데 수영 못하면 죽는거아냐?)
 
다 들어가도 옌 어깨 즈음 되려나
 
리우 옌:뭐야. 별 거 없네.
 
그런데 왜 아르도어는 조심하라고 했던 걸까요?
 
리우 옌: 그림
(냅다 입수쇼)
 
까짓거한번해보죠
 
풍덩!
 
호수의 안으로 들어가면, 호수는 밖에서 보는 것 처럼 더럽지는 않습니다.
 
리우 옌:(생각보다 안은 깨끗한데?)
(어? 이거 어쩌면 클리셰 발언.)
 
모래 바닥에 발을 붙이고, 빛이 보이는 중앙으로 나아갑니다.
 
그곳에는 알 수 없는 기계가 있습니다.
 
리우 옌:.....
이게뭐야?
 
원뿔 형의 홈이 파여 있습니다. 무언가를 끼우는 자리처럼 보입니다.
 
리우 옌:(흡, 파하... 숨 내쉬고선...) 수력발전기? 뭐 그런건가...
 
적어도 이미지 상으로 알고 있는 발전기의 모습은 아닙니다.
 
리우 옌:원뿔..? 뭐 그런게 있던가?... 그냥 열쇠구멍 같지도 않고.
 
이런 게 왜 여기에 있는 걸까요?
 
리우 옌:... 뭐지.
(기계 못들고가나?)
 
날이 저물어 갑니다. 슬슬 집으로 돌아가는 게 좋겠어요. 옷도 말릴 겸 말이죠.
 
단단히 고정되어 있어 들 수 없습니다.
 
리우 옌:...쳇. 아쉽네.
(일단 머릿속에 기억해두기로 하고, 천천히 걸어 뭍으로 오른다. ...춥다. 그제서야 으슬으슬 떨린다.)
 
으슬으슬 몸이 떨려옵니다.
 
엣취. 가벼운 재채기가 나와요. 이러다간 정말 감기에 걸릴 지도⋯.
 
리우 옌:...
걸리면 뭐 어때? 어차피 이젠 걱정해줄 사람도 없는데.
 
(어리가해)
 
리우 옌:(하던가)
 
엉엉
 
집으로 가자아
 
리우 옌:(저벅저벅... 엄마한테 혼날걸 알고도 태권도장에서 집까지 가야하는 초등학생처럼 걷는다.)
 
옌이 마을을 둘러보고 돌아오면, 두 사람이 저녁을 만들고 기다리고 있습니다.
 
소티스:옌. 왔어요? 마을은 어떻던가요.
 
리우 옌:사납던데요. (비둘기가.) 더럽고요. (호수 물이)
 
소티스:(?) 그래요?
그림
 
리우 옌:예.
 
소티스:평소엔 그렇지 않은데, 오늘은 날이 그랬나 보네요.
 
리우 옌: 그림
(딱히 괜찮지는않음)
 
소티스: 그림
(진짜 괜찮음)
 
아르도어:⋯두 사람 친해졌나?
이리 와서 앉아, 옌. 기분 전환이 되었으면 했는데, 썩 유쾌하지 못했던 것 같아 아쉽군.
보양을 하면 좋겠다 싶어서 고기 요리를 준비했다. 소티스도 많이 도와줬어.
 
리우 옌:어쩜 넌 하는 말마다 짜증나기 그지없네. 방금까지 기분이 좀 좋다가도 다시 더러워졌어.
(그럼에도 자리에 와서 앉았다. 영 기분이 풀리진 않은 듯한 낯짝이지만.)
 
아르도어:⋯샌님, 이라서 그런가 봐. 미안하다.
 
소티스:알은 샌님 같지는 않은데요. 덤비는 사람 쪽을 걱정해야죠. (그런 의미가 아니었지만.)
 
평범한 듯 평범하지 않은 대화가 오가며, 저녁 식사를 이어갑니다.
 
소스를 바른 바베큐 립은 척 보기에도 맛있을 요리였지만, 무슨 맛이었는지 생각이 잘 나지 않네요.
 
그때.
 
다급하게 집의 문을 크게 두드리는 소리가 납니다.
 
리우 옌:...?
뭐야.
 
두 사람은 표정이 좋지 않고, 소티스가 자리에서 일어나 현관으로 나가봅니다.
 
리우 옌:(궁금하니 뒤따라 나섭니다.)
 
뒤따라나온 옌과 아르도어도 그 모습을 목격합니다.
 
마을 사람 한 명이 상처 입은 사람을 부축하고 있습니다.
 
리우 옌:....뭐야?
 
마을 사람:마을 어귀에서 알 수 없는 산짐승에게 공격받아서 다쳤어!
소티스, 어떻게 지금 도와줄 수 없는가?
 
그 요청에 소티스와 아르도어는 서로 마주 보고 잠깐 표정을 굳힙니다.
 
무언가 이야기하고 싶어 보이지만, 나중에 이야기 하자고 한 뒤 소티스는 주민 두 사람을 데리고 진료소로 향합니다.
 
소티스:현관에 있는 피는 둘이서 닦아줘요. 부탁할게.
 
아르도어:⋯.
 
리우 옌:...
 
아르도어:괜찮나? 피를 봐서.
하필 식사 중에 이런 일이 생기는군⋯.
 
리우 옌:맨날 보던 건데 뭔 상관이야. 호들갑은.
 
아르도어:⋯아. (불현듯이 무언가 깨달은 듯 고개를 끄덕인다.) 그랬지.
 
리우 옌:(어차피 호수 물에 젖었겠다 더러워진 제 겉옷으로 대충 핏자국을 닦아낸다. 습관이기도 하고.)
 
아르도어:(그 모습을 가만히 지켜본다. 아까부터 신경 쓰이던 참에, 참아봤지만⋯.) 애를 물가에 내놓은 기분이야.
 
리우 옌:... 뭐가?
 
아르도어:반나절도 안 되어서 쫄딱 젖어오고, 이제는 그걸로 피 묻은 문을 닦는 모습이.
⋯아직 어려서 그런가. (나직이 중얼거린 후 팔을 잡고 떼낸다.) 이건 내가 할 테니 둬.
 
리우 옌:... 뭐?
 
아르도어:마저 식사할 건가? 아니면. (소티스와 주민이 떠난 자리를 본다.)
 
리우 옌:(피에 젖어 벌겋게 물든 겉옷 움켜쥔채 몸 일으키더니,)
네가 뭘 대단히 착각하는 모양인가본데. 너 이제 내 보호자 아니야. 가족같은 사람이라고 했다며? 무슨 소리인지 모르겠다, 아르도어. 우린 남남인데.
결혼한 상대방한테나 그렇게 말해. 내가 뭘 하고 어떻게 살든 이제 더는 네가 참견할 권한도 없으면서.
... 사랑하는 사람 있으면, 그냥 그 사람이랑 행복하게 살아. 주제에도 맞지 않는 동정심으로 사람한테 칼 꽂지 말고.
 
아르도어:⋯그 얘기는 낮에 끝나지 않았나. 네가 그 생각을 철회하지 않는 이상, 난 여전히 널 소중하게 생각할 거다. 가족이라고 한 것도 진심이었어.
옌. 단언컨대 널 동정한 적은 한 번도 없어. 전부, 내 오지랖이었을 뿐이야. 지금도 그렇지.
 
리우 옌:...너는... ... 사람을 상처주지 않는 방법 따위 모르나 본데, 아르도어.
... ... 그렇게 변명하면 속이 편해?
어? 아니, 아주 편하시겠지! 모든 이유를 다 나한테 떠넘겨야 속이 시원하겠지. 그래야 네 동정심에 이유가 생기니까! 다 내 탓으로 돌리면 전부 내가 짊어질 몫이 되니까!
그래서 그랬어? 다 떠밀어놓으니 한결 덜어진 것 같아서 후련했지, 응?
... 나쁜새끼. 어디까지 상처줄건데, 이 개자식아...
 
아르도어:⋯편할 자격이 없다는 건 내가 가장 잘 안다. 그리고 편하지 않고.
 
리우 옌:(투둑, 툭... 소낙비처럼 떨어지는 눈물 어찌하지도 못하고 현관에 켜켜이 쌓여간다. 겉옷 쥔 손에 힘이 바짝 들어간다.)
 
아르도어:이런 방법밖에 몰라서 미안하다. 옌. 나는, 늘⋯.
⋯ ⋯널 울리기만 하는군.
 
리우 옌:... 그래. 맞아. 차라리 그때 죽어버리기라도 했으면 이딴 비참함을 느낄 일 따위 없었겠지.
(문 박차고 나가듯이 성큼성큼 걸음 떼었다. 진료소로. 그게 아니더라도 어디든. 이곳만이 아니라면 좋았다.)
 
아르도어:(그 말에 얼어붙어, 붙잡지 못했다. 무의식적으로 뻗어진 손도 그 속도를 따라잡을 수 없었고. 가만히 그 자리에 서 있었다. 네가 떠난 후에도, 한참을⋯.)
 
진료소 쪽으로 향합니다.
 
이 밤중엔 늘 불이 꺼져있던 진료소의 불이 켜져 있고, 침대 위에 마을 사람이 누워있네요.
 
소티스는 침착하고 깔끔한 솜씨로 막 마을 주민의 응급치료를 끝낸 참이었습니다.
 
소티스:이제 아무 문제 없을 거예요. 고생하셨네요.
피도 멎었으니 하룻밤 푹 쉬면 되겠죠. 부축 잘해주세요.
 
마을 사람:정말 고맙네! 소티스 자네가 아니었으면 정말 위험했어. 이렇게 뛰어난 선생님이 있으니 얼마나 다행인지.
그럼 이만 가보겠네. 새 손님도 온 듯하니. (옌을 향해 눈길을 준 뒤 스쳐 지나간다.)
 
리우 옌:(벽 모서리에 기대 멀거니 쳐다보기만한다.)
 
소티스:옌? 뭐 하러 여기까지 왔어요? 신경 쓰였어요?
걱정 안 해도 됐는데 말이죠. 착하네요.
 
리우 옌:... 됐어요. 입 발린 거짓말은.
그냥 밤 산책 하는 길에 들린 것 뿐이니까.
 
소티스:이 짧은 말에 거짓말할 게 어디 있다고. ⋯그래요? 그 모습으로? (피로 점철된 모습을 위아래 고개 돌려가며 바라본다.)
전 옌이 환자인 줄 알았어요.
 
리우 옌:왜요. 제 모습에 불만 있어요?
 
소티스:불만은 없는데⋯. 알은요?
 
리우 옌:... ... (진료실 벽에 미끄러져 쭈그려 앉았다.) 몰라요. 댁 아내면 당신이 챙겨야지.
 
소티스:옌을 혼자 보냈을 리 없고, 뛰쳐나왔죠?
⋯음. 지금 불안할 텐데.
 
리우 옌:불안하던지, 말던지.
 
소티스:난 혹시 몰라서 오늘 진료소에서 대기해야 하거든요.
그래서 집으로 못 가요. 그럼 알은 혼자고.
짐승이 다시 나타날 수도 있으니 어서 돌아가요. 이래서 이 마을에선 밤에 잘 안 돌아다니는 건데.
 
리우 옌:...
이 마을, 밤 중에 뭐 괴물이라도 돌아다녀요?
 
소티스:아니요. 어둡잖아요.
 
리우 옌:도서관에서 구울? 뭐 그런 걸 봤는데.
 
소티스:숲이 가까우니 산짐승이 내려올 수 있어서. 지금처럼요.
 
리우 옌:... ...
그럼 혹시, 원뿔 모양의 뭔가 본 적 없습니까?
 
소티스:구울이라⋯. (곰곰.) 원뿔 모양⋯.
글쎄요. 옌은 그런 데 관심 있어요?
 
리우 옌:아뇨, 그다지.
하도 많이 읽었길래 뭐 진짜 있나 했지.
 
소티스:뭐, 산짐승이랑 착각하기 좋으니 이야깃거리도 되고. 그런 거겠죠.
 
리우 옌:
심리학
기준치: 40/20/8
굴림: 42
판정결과: 실패
 
➔ 실패
 
리우 옌:... 그래요?
뭔가 수상하다. 그쵸.
 
소티스의 화법엔 전혀 거리낌이 없어 보입니다.
 
무언가 걸리는 게 있는 것 같지도 않고, 멀끔해요.
 
다만 관련 지식이 없는 것 같지는 않습니다. 말을 하지 않을 뿐.
 
리우 옌:... 날이 밝을 때까지 환자 때문에 대기할거면 전 이만 가죠.
초대하지 않은 손님이 여기 계속 머무는 것도 그렇잖아요. 안그래요?
 
소티스:아뇨. 그건 상관없는데, 생각보다 심심해서 놀란 건 있어요.
산책하면서 들렀다기엔 목적이 있는 것 같은데, 뭐 어떤 짐승인지라도 물어보려는 줄 알았죠.
 
리우 옌:물어보면 답은 해주게요?
 
소티스:네. 들개 같아 보였어요.
 
들개? 옌은 잠시 가만히 상처의 모양을 떠올려봅니다.
 
리우 옌:
지능
기준치: 50/25/10
굴림: 47
판정결과: 보통 성공
 
➔ 성공
 
전혀 들개에게 물린 자국처럼 보이지는 않았는데요.
 
이건 명백한 거짓말입니다.
 
리우 옌:... 그거 들개 물린 자국 아닌 것 같은데요.
확실해요?
 
소티스:아, 아닌가? 곰일 수도 있고요.
 
소티스:그렇게 걱정되면 나중에 만나러 가보세요. 제가 치료해 뒀으니 별문제는 없을 테지만.
 
리우 옌:예.
 
소티스:(손을 흔들어준다.) 잘 돌아가요. 알한테 인사 전해줘요.
 
리우 옌:(방금 싸우고 나왔는데... 그런 마음에 굳이굳이 에둘러 먼 길을 걸어 가기싫어 죽겠단 티 내가면서 걸어간다. 집으로...)
 
길을 돌고 돌아, 집에서 나온 지 약 한 시간 정도가 지나 집에 들어옵니다.
 
마을이 작으니 돌아올 길도 많지 않네요.
 
리우 옌: 하~~젠~장
 
아르도어는 현관 앞에서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혹시 계속 저기 서 있었던 걸까요?
 
피가 묻었던 문은 깨끗하게 닦여있습니다.
 
아르도어:⋯소티스에게 연락은 받았어. 산책이라도 하고 왔나. 좀 걸렸군.
 
리우 옌:그 자식은 꼬치꼬치 뭘 자꾸 네게 보고하는지 모르겠네. 감시라도 해?
 
아르도어:그런 게 아니야. 오늘은 집에 못 올 것 같다고 했다. 그리고 네가 들렀다 갔다고 한마디 붙인 게 다야.
 
리우 옌:그래서, 이렇게 현관 앞까지 마중 나오셨다?
 
아르도어:⋯ ⋯해서. (목소리가 묻혔다.)
 
리우 옌:뭐. 말 똑바로 해.
 
아르도어:⋯아니. 아무것도 아니다. 이만 쉬어. 아니면 식사를 다시 준비하는 게 좋겠나?
(곧 제가 뱉고도 순서가 바뀌었음을 깨달았다. 아니다. 가장 먼저 해야 할 건.) 목욕이 먼저겠군⋯.
 
리우 옌:야.
왜 말을 하다 말아?
똑바로 하라고. 제대로 입밖에 못꺼낼 말이었으면 꺼내질 말았어야지.
 
아르도어:내가 언제 그랬지. 자, 들어가라. 씻고 나와. (욕실로 꾹꾹 밀어 넣는다.)
 
리우 옌:손끝 하나 닿지 말라고. (그렇게 한마디 덧붙이며 쳐낸 후에야 욕실로 들어섰다.)
 
속옷은 어떻게 하지⋯.
 
그런 생각이 안 들었던 건 아니지만, 어제도 준비해 줬으니 오늘도 그렇겠죠.
 
리우 옌: 나 오늘은 노팬티?
 
어제 준 거 안 입었어?
 
젖었을테니새거줄게
 
어제는 소티스가 준비했을 텐데 오늘은 집에 없으니 어쩔 수 없이 아르도어가 준비하겠군요.
 
리우 옌: 아잠깐만타임
그림
 
호수에 가지 말라는 말을 어긴 벌을 받는 것 같습니다.
 
리우 옌:이....미친거
이럴순없는거야
 
힘내자!
 
리우 옌: 그림
 
보송해지도록해
 
리우 옌: 그림
 
옌이 심란하게 목욕을 마치고 나오면 앞에 새 옷이 (속옷 포함) 놓여져 있습니다.
하...
개같네.
 
고민할 사이에 아르도어가 준비했군요.
 
아르도어는 옌이 씻는 동안 식어버린 요리 대신 가벼운 스프를 만들었습니다.
 
따뜻한 스프가 몸을 녹여주길.
 
리우 옌:....하..
 
아르도어:접시는 두면 나중에 치우겠다. 허전할 테니 먹고 자.
 
리우 옌:....
(우울한데 3끼 내내 굶었더니 배가고프다. 진지함지금. 그래서 그냥 스프는 거절않고 먹었다...)
 
아르도어:(잘 먹는 모습에 그제야 조금은 안심한 기색이다. 영 식사를 하질 않았으니.) ⋯먼저 올라갈게. 필요한 게 있으면 뭐든 말해라.
 
리우 옌:(가볍게 중지손가락 들어보이고 그릇 내려놨다.)
 
봤는지, 아닌지. 아르도어는 2층으로 사라집니다.
 
옌은 어떻게 할까요? 이대로 방에 돌아가 쉴 수도 있고, 아니면 집주인 한 명이 없는 틈을 타 집을 조금 둘러보아도 좋겠습니다.
 
리우 옌:나이스 타이밍. (몸 일으켜 집 둘러보기로 합니다. 여차하면 모르지. 그 돌팔이 자식이 은근슬쩍 숨겨놓던 비밀을 알 수도 있고... ... 아니면... ...)
(...)
(그런게 가능할 리 없지. 알면서도 어떤 마음 품은채 자리에서 일어섰다.)
 
1층과 2층으로 구성된 주택.
 
두 사람이 살기에는 조금 크다는 느낌을 받습니다.
 
어디로 향할까요?
 
리우 옌:.... 집이 꽤 큰데, 지금 보니.
위층으로 알이 들어가버렸으니... 1층부터 살필까.
서재에 그 돌팔이 놈이 숨겨둔 뭔가가 있을지도 모르지.
 
쌍바라지 나무문이 달려있는 서재입니다.
 
안으로 들어가면 긴 책장이 늘어서 있으며, 한 칸짜리 소파와 서랍이 달린 책상이 있습니다.
 
리우 옌:흐음. 단촐한데.
별로 뒤질 것도 없겠구만. (하지만 오해받긴 싫어 문 꼭 닫고... 여차해서 의자로 고정도 시켜놨다.)
책장 먼저 볼까... 이상한 책 있기만 해.
 
주로 소설책이나 의학 서적, 인류학 서적 위주로 꽂혀있는 책장입니다.
 
몇 개는 마을에 있는 도서관에서 구매하거나 빌려온 것 같네요.
 
좀 더 안쪽으로 들어가 책을 찾아볼까요?
 
리우 옌:흠... 별 거 없는 것 같기도하고.
관찰력
기준치: 55/27/11
굴림: 67
판정결과: 실패
(아니 진짜없을리가없잖아)
(하...한번만더기회를줘)
 
➔ 실패
 
강행해볼까?
 
리우 옌:(끽해봤자 책장에 깔려 죽는 것 밖에 더하겠어?)
그림
관찰력
기준치: 55/27/11
굴림: 3
판정결과: 극단적 성공
 
천재 아기!!!
 
➔ 성공
 
리우 옌:(역시가오가뒷받쳐주는남자...리우옌)
(전적으로 캐입입니다.)
 
자세히 보니, 같은 책이 몇 개고 꽂혀있거나 1권만 다섯 권씩 꽂혀있거나 뒤죽박죽입니다.
 
가짓수에 비해 책 종류는 몇 개 되지 않는 것 같아요.
 
리우 옌:...역시.
돌팔이었구만?
 
돌팔이의 냄새가 납니다.
 
리우 옌:있는 척 하려고 여러개 꽂아놓은 거 봐라. 어?
 
책들을 훑어보다⋯ 조금 특이해 보이는 책을 찾습니다.
 
리우 옌:...음?
이건 뭐지.
 
꺼내보면 약재에 관한 서적이네요.
 
리우 옌:(냅다 꺼내서 훑어봅니다.)
 
그림과 함께 각 풀의 효용과 쓰임새, 다른 이름들이 적혀있습니다.
 
리우 옌:...오호.
 
북마크가 되어있는 부분은 두 군데입니다.
 
리우 옌:어디, 어디 보자. 독극물 이런거면 참 재밌겠어, 어? 안그래?
(중얼중얼 하며 첫번째 북마크 펼친다.)
 
옌은 북마크가 되어있는 부분을 살펴봅니다.
 
리우 옌:구울?
 
투구꽃의 독성 부분에 밑줄이 그어져 있습니다.
 
리우 옌:... 왜 자꾸 식시귀 얘기가 나오지...
독이라... 극약...
설마?
 
설마?
 
리우 옌:... 소티스가 구울?
(아니면 말고식 유명한추리)
 
과연⋯.
 
리우 옌:(흥미롭네요.)
 
신기하죠?
 
리우 옌: 그림
 
아야
 
리우 옌:흠. 그럼 다음 북마크는? (일단 머릿속에 저장~ 하고 바로 펼쳤다.)
 
바로 다음 북마크를 펼쳐봅니다.
 
이번에는 대마초의 환각 부분에 밑줄이 그어져 있습니다.
 
리우 옌:으흠...?
아하.
알았다.
이 마약 중독자 자식. 뭘 꾸미고 있는지 눈에 다 읽혔어. (전혀아님)
 
정말 소티스는 구울 혹은 마약 중독자일까요?
... 그냥 식물만 봤다면 약용으로 쓰였을거라고 생각했을텐데. 밑줄까지 그어져 있으니 의심할 여지는 충분하지 않나? (라고 생각했음.)
 
확실히 이런 부분만 밑줄까지 그어가며 조사한 것은 수상하게 여길 일입니다.
 
그의 흠을 잡아낼 수 있다면, ⋯무언가 바뀔까요?
 
리우 옌:....
... 알의 마음을 돌릴 순 없겠지. 알아. 그딴거 다 안다고.
알아도 난 여기서 나가고 싶고... 말도 안되는 개수작에 놀아나고 싶지 않아. 15년이 단숨에 지나갔단게 가당키나 해?
어쨌든 그자식 숨기는건 뭔가 있어. 그게 뭐든 알고 나서 판단한다.
(책장에 도로 책을 가지런히 꽂았다. 뒤이어 놓인 책상 살핀다.)
 
아기를응원해
 
책을 읽거나 글을 쓰기 좋은 높이의 나무 책상입니다.
 
필기구나 빈 종이 따위가 책상 위에 놓여있고, 서랍이 달렸습니다.
 
리우 옌:별 거 없구만.
(책상 슥... 열어봄.)
 
서랍을 열어보면 스무 장 정도 되는 종이 뭉치가 나옵니다.
 
스테이플러로 고정되어 있으며, 내용을 팔락이면 손글씨로 작성된 것 같네요.
 
리우 옌:뭐가 중요한 서류라고 서랍에 이렇게 숨겨두셨을까. 엉? (안숨겨뒀음;)
(팔랑팔랑팔랑... 빠르게 속독해봅니다.)
 
옌양아치같아
 
리우 옌:(맞는데 어쩔?)
 
웅!!!
 
오래되었는지 색이 바래고 조금 먼지가 묻어있습니다.
 
리우 옌:켁. 드러워.
...?
 
이 필체는⋯.
 
리우 옌:
지능
기준치: 50/25/10
굴림: 98
판정결과: 실패
 
➔ 실패
 
리우 옌:(잠깐잠깐잠깐)
 
아무리 동요했어도, 알 수 있습니다.
 
이건 아르도어의 필체입니다.
 
리우 옌:...
... ...
(말을 잃어버린듯 뻐끔대며 서류를 가만히 들여다보기만 할 뿐이다. ...이게...)
... 알의 필체라면... ...
(입술을 꾹 다문채로 들키지 않게 서류를 집어넣었다. 텅, 소리 나도록 서랍을 닫고... 서재 문 앞을 나설때까지도 말이 없다.)
 
생각이 많아지는 내용입니다.
 
어디로 향할까요? 집은 여전히 조용합니다.
 
리우 옌:(긴장이 역력하다.) ... 거실. 가보자...
 
현관을 지나 바로 보이는 거실입니다.
 
중앙에 소파와 테이블텔레비전 등 가전이 놓여있습니다.
 
리우 옌:...테이블. 텔레비전이라. 소파에 앉아있을 시간은 없고.
(일단 테이블 먼저 살핍니다. 박박박박)
 
박박박박 살펴봅니다.
 
테이블 위에는 포장된 과자가 담긴 트레이와 고루한 소설책이 몇 권 있습니다.
 
이 과자는 평소 옌이 좋아하던 브랜드의 과자네요.
 
자신을 위해 준비했다는 느낌을 받습니다.
 
리우 옌:뭐야. ... 짜증나게.
지랄도 풍년이지. 정도껏 위선떨 줄도 모르고.
 
과자 트레이 옆에는 열쇠고리가 달려있지 않은 작은 열쇠가 있습니다.
 
리우 옌:....?
이건 뭐야. 무슨 열쇠지.
 
흘리고 간 걸까요? 모양새를 보면 문에 사용되는 열쇠 같은데⋯.
 
리우 옌:무슨 이딴 데에다 열쇠를 흘려두고 간담? 언놈이야?
(하면서도 누구도 모르게 품에 쓱 숨겼다.) 흠.
흠...큼.
 
리우 옌:(덤으로 과자도 하나 쓱... 챙김)
자. 다음은 텔레비전이다. (아무렇지않게 뒤적..뒤적)
 
과자도 챙겼습니다. 맛있게 먹자~!
 
켜져 있는 텔레비전에서는 뉴스나 쇼 프로그램 등이 나옵니다.
 
보고 있으니 어떤 위화감이 드네요.
 
리우 옌:...
지능
기준치: 50/25/10
굴림: 58
판정결과: 실패
 
➔ 실패
 
리우 옌:아니, 이건...
 
그러고 보니, 두 사람이 말하기로는 15년이 지났다고 하지 않았나요?
 
리우 옌:(뭔가 엄청난 정보를 줘야겠지?)
 
그런데 방영되는 프로그램의 구성이나 내용 면에서는 당신이 알던 시대와 별로 차이가 없습니다.
 
리우 옌:...뭐야...
이상한데...
 
런*맨이 15년 후에도 방영되고 있다니⋯.
 
아무리 장수 프로그램이라지만 신기하네요.
 
리우 옌:정말 신기한걸.... 아직도 이름표떼기 레이스를 하다니.
할 컨텐츠가 그렇게 없나?
(삑. 삑... 삑... 여러채널 돌려보는 중이다...)
 
골수팬들이 있으니 방영이 되는가 봅니다. 요샌 유튜브가 대세인데 말이죠.
 
(전런*맨에아무런악의도가지고있지않으며출연진과프로그램을응원합니다)
 
리우 옌:(저도마찬가지입니다 런*맨화이팅!!)
 
화이팅!!!
 
옌은 텔레비전 앞에서 한가롭게 시간을 보냅니다.
 
리우 옌:아니?
안돼 미쳤어?
(갑자기 벌떢! 일어난다.)
내가 으어디 시간 한가롭게 보낼 때냐.
 
벌떢!
 
이러다 날을 지새면 소티스가 돌아오겠죠.
 
리우 옌:(안돼안돼안돼안돼)
(....... 급하게 주방으로 향한다. 좋아, 이틈에 칼을 챙겨서...(구라))
 
칼을 챙겨서?!
 
농담입니다.
 
아일랜드 형식의 주방입니다.
 
리우 옌:그놈의 아일랜드. 이런 주방은 관리하기 힘들다던데.
 
여러분이 식사를 한 직사각형 형태의 테이블 겸 조리대가 존재하며, 그 안쪽에 조리대와 찬장냉장고가 있습니다.
 
리우 옌:좋아. 먼저 조리대부터. (냅다 스스슥... 바퀴벌레마냥 은밀하게 살핍니다.)
 
바퀴 옌이 조리대를 스스슥 살핍니다.
 
인덕션이 2구 있는 조리대. 그 옆에 싱크대가 붙어있습니다.
 
가만 보니 이 조리도구와 수저들⋯. 재질이 전부 나무네요.
 
리우 옌:... 나무일 수 있지.
어?
음?
잠깐, 잠깐... (더듬더듬... 기억속을 정리해보다가...)
 
집의 인테리어와 맞춘 걸까요?
 
그렇다기엔 고집스러운 면이 없지 않아 있습니다.
 
리우 옌:구울은 쇠를 무서워한다... 고.
했던 것 같은데.
그럼 여기에 구울이 사는건 확실하군. (한 쪽은 의심조차 하고 싶지 않지만...)
... 그럼 찬장은? (벌컥; 열음)
 
찬장을 열어보면 조미료가 들어있습니다.
 
허브나 향신료 병은 너무 많아 다 세기 어려울 정도입니다.
 
몇 개는 라벨이 생략되어 있어 알아보기 힘든 것도 있습니다.
 
몇몇은 듣도 보도 못한 것들입니다. 정말 다 요리에 쓰이긴 하는 걸까요?
 
리우 옌:왜이리 조미료가 많아, 이거?
설마 여기에 마약 들어있는 거 아냐? 어?
(곱게 빻은 흰 가루 있나 슬쩍 봄...)
 
정체를 모르니 먹어볼 수도 없고 말이죠.
 
그렇게 생긴 것들도 몇 개 존재합니다.
 
리우 옌:이자식...!
(개수구에 일단 들이부으려다 참음...)
... ... 들키면 안되니까... 나중에 경찰을 부르자. (합리적)
 
좋은 생각입니다.
 
온 집안을 이렇게 박박 털었다는 걸 알면 고운 시선은 못 받겠지요.
 
리우 옌:...........
...
... 알한테도?
 
어떨까요.
 
리우 옌:... 아마 그렇겠지...
그건싫어... (쭈그렁탱이 된 상태로 냉장고 뒤적...뒤적)
 
ㅠㅠ
 
아기쫙쫙핌
 
잘 정리된 냉장고는 최근에 들여놓은 식재료로 들어차 있습니다.
 
특히 고기 종류가 많아 보이네요.
 
각 부위별로 손질된 고기가 보관통에 들어있습니다.
 
리우 옌:아르도어는 탄단지 외에도 영양소 챙기는 편인데.
고기 이렇게 많이 먹으면 속 안 더부룩한가...
 
그럼 소티스가 고기를 좋아하는 걸까요?
 
옌이 올 걸 예상하고 있었으니, 손님을 위해 준비한 것일 수도 있겠지요.
 
리우 옌:내가 무슨 사자도 아니고, 며칠 내로 이 많은걸 어떻게 먹어?
... ...
설마 이거, ... (보관통 살짝 들어보더니)
사람... 은 아니겠지.
 
어떤 동물의 고기인지는 알 수 없습니다.
 
리우 옌:꺼림칙한걸. 입도 안대길 잘했지.
 
대신 배는 고픕니다.
 
꼬르륵⋯.
 
리우 옌:....
과자 하나 까먹어야겠다. (부시럭부시럭... 념념)
 
념념
 
리우 옌:(주댕이 한가득 과자 채워넣고선 두리번 두리번...)
 
마히다
 
리우 옌:이데 브억은 벌개얻내 (이제 부엌은 볼게 없네)
 
향신료와 고기가 많다는 것 외엔 특이할 게 없네요.
 
평범한 집 같습니다.
 
리우 옌:혹시 내가 모르는 사이에 대 해적시대라도 됐나?
이러다간 괴혈병 걸리겠어.
(그러면서 저벅저벅... 창고 근처로 향한다.)
 
주방 옆에 붙어있는 작은 문으로, 창고를 갈 수 있습니다.
 
식자재를 보관하는 용도는 아닌 듯합니다.
 
그런데 잠겨 있네요.
 
리우 옌:...음.
아하.
이거로구만? (아까 주웠던 열쇠 꺼내듬...)
 
테이블에서 찾은 열쇠로 문을 열어볼까요?
 
리우 옌:당연한거 아니냐. (일단 냅다 꽂아봄!!!)
 
달칵.
 
열쇠가 꼭 맞아 들어갑니다.
 
리우 옌:(나이스.)
 
문을 열고 들어오면 양옆에 박스가 쌓여있는 다단 선반이 있습니다.
 
그 안쪽에는 철제 상자도 있습니다.
 
리우 옌:어우 퀴퀴해. (괜한 트집이다.)
...보자, 뭐가 있으려나. (우선 가까운 다단 선반 우선으로 살핀다.)
 
다단 선반에는 유리병에 들어간 알 수 없는 약재나 풀등이 가득합니다.
 
그 아래에는 풀 등을 건조시켜 가루로 만드는 기계가 있습니다.
 
약재들을 살피다 보면, 눈에 걸리는 것이 있습니다.
 
리우 옌:...?
 
리우 옌:
관찰력
기준치: 55/27/11
굴림: 21
판정결과: 어려운 성공
 
➔ 성공
 
리우 옌:(휴...휴우우우)
 
서재에서 본 책에 나와 있던, 환각·최면을 유발하는 종류의 풀들이 구비되어 있다는 사실을 알 수 있습니다.
 
투구꽃과 대마초 역시 가공되어 병에 담겨있습니다.
 
리우 옌:... ...
역시. 이 중독자 자식이...
... 설마 알한테도 무슨 짓거리 한 건 아니겠지...
(애써 타들어가는 속을 뒤로한채 더 박박 뒤집니다. 뭐 더 없어?)
 
빈 유리병이 가득합니다.
 
리우 옌:노잼.
... 아.
(깜빡... 투구꽃과 대마초 쪽으로 눈길 돌렸다가.)
이거 가져갈까. 뭔가 쓰일 일이 있을지도. (경찰에 신고를 하든... 뭘하든... 증거품은 챙겨야지.)
 
가공된 투구꽃과 대마초 병을 챙길까요?
 
리우 옌:챙겨, 챙겨. 비밀스럽게.
(슬쩍... 가방 안에 쑤셔넣는다.)
 
리우 옌:좋~았어.
이제 다음은... 1층에 볼 데가 있나?
욕실? (씻을 때 가본거면 충분하지 않나... 하면서도 일단... 가봄.)
 
1층은 다 둘러본 것 같습니다.
 
리우 옌:(그렇구나)
(빠른 노선변경으로 2층 올라간다...)
 
욕실은 평범합니다. 두 번이나 사용했으나 눈에 띄는 점은 없었죠.
 
2층으로 올라갑니다.
 
2층에는 옌이 사용하는 손님방과 아르도어와 소티스가 사용하는 방. 그리고 작은 방이 있습니다.
 
아르도어는 자신의 방에서 쉬고 있을 테니, 저길 조사하는 것은 어렵겠죠.
 
리우 옌:...으음.
작은 방 외 볼 곳은 없겠는데. (슬쩍.. 살금...살금... 걸어 들어간다.)
 
살금살금⋯. 기척을 죽여 작은 방 안으로 들어갑니다.
 
큰 옷걸이와 행거가 있는 이곳은 옷방으로 사용되는 것 같습니다.
 
깔끔한 방향제 냄새가 납니다.
 
리우 옌:... 방 하나를 옷방으로 쓴다니, 호화스럽구만.
 
옌이 지금 입고 있는 옷은 소티스의 옷인 것 같습니다.
 
왼편은 소티스의 옷이, 오른편엔 아르도어의 옷이 걸려있네요.
 
리우 옌:...
... ...
 
방향제 냄새 사이로 조금은 탄 내가 풍겨옵니다.
 
리우 옌:(바짝 마른 입술을 축였다. 윗이빨로 바득 깨문채 뒤 돌았다.)
(기분이 불쾌한가? ... 모르겠어... 어쩐지 모를 답답함과 칼로 저미는 듯한 통증이 가슴 속에서 계속 응어리 지는 듯 하다. 이젠 그만 쉬고 싶어...)
 
이만 방으로 돌아가 휴식을 취할까요?
 
리우 옌:... 응.
 
옌은 손님방으로 돌아갑니다.
 
침대에 몸을 뉘고 푹 쉬도록 해요.
 
잘 자요. 옌.
 
리우 옌:(속이 울렁거리는 탓에 침대에 몸 뉘이기도 싫다. 그대로 침대 옆구리에 미끄러져 쭈그려 앉았다. 첫날밤과 같은 자세로 기대 잠들었다.)
 
아침에 눈을 뜬 옌은 집이 조용하다는 것을 깨닫습니다.
 
소티스만이 아니라, 아르도어도 없는 것 같아요.
 
리우 옌:... (끔뻑...)
 
거실에 나와보면 간단한 아침 식사와 함께, 남긴 메모가 있습니다.
 
리우 옌:... 다들 어디갔지... (찌뿌둥한 몸 기지개 피고 메모 읽는다.)
 
아르도어의 필체로 이렇게 쓰여있습니다.
 
리우 옌:...
(입술 안쪽 살점 머금듯이 꽉 깨물었다. 메모를 제자리에 끼워두고 몸 돌렸다.)
... 입맛 없어.
 
차려진 음식은 아직 온기가 남아있습니다.
 
맛있는 냄새가 올라와요. 안 먹나요?
 
리우 옌:안 먹어.
공복도 참다보면 익숙해져. 며칠을 공복이었던 때도 있었는데, 고작 이걸 못 참겠어?
 
과자라도 가져가는 건 어떨까요?
 
리우 옌:그 어릴 때도 며칠 굶고 잘 살았어. 안뒤져.
 
내가슲퍼
 
리우 옌:(마음 바뀌기 전에 밖으로 나섰다. 슬프라지.)
(아.)
그전에.
 
웅...........
 
집에는 옌 뿐입니다. 지금이라면 아르도어와 소티스의 방을 둘러볼 수도 있을 것 같네요.
 
리우 옌:... ... 아...
... ... 들어가봐야, ... 겠지.
(다시 층계 올라 알과 소티스의 방으로 향한다. 문고리를 잡은 손에 긴장 때문에 가득 힘이 들어가 있다.)
 
힘을 준 탓일까요? 문은 끼익, 소리를 내며 열립니다.
 
자신이 사용하는 손님방과 비슷하지만 그보단 더 큽니다.
 
킹 사이즈 침대와 역시 바로 옆에 붙어있는 협탁, 창문이 있습니다.
 
리우 옌:... 하...
(괜스레 피하고 싶었다. 협탁 먼저 훑었다. 최대한 느리게.)
 
수면등이 올려져 있는, 서랍이 달린 협탁입니다.
 
리우 옌:... 서랍.이라.
무슨 이 집 사람들은 서랍에 숨겨두는걸 이리도 좋아하는지.
(서랍 벌컥 열었다.)
 
서랍을 열어보면 쓰지 않은 가죽 수첩이나, 라이터, 줄자나 맥가이버 칼과 같은 잡동사니가 나옵니다.
 
그리고 은색의 펜던트 하나가 있습니다.
 
리우 옌:...아.
 
익숙한 모양새의, 많이 보던 펜던트네요.
 
리우 옌:...
 
잡동사니 더미를 뒤지면 무언가 더 나올지도 모르겠습니다.
 
리우 옌:
관찰력
기준치: 55/27/11
굴림: 48
판정결과: 보통 성공
 
➔ 성공
 
리우 옌:... 뭐 더 있으려나.
 
무언가의 열쇠 꾸러미를 찾습니다.
 
어딘가의 스페어 키 같네요. 열쇠 두 개가 하나의 고리로 묶여있으며 크기는 서로 다릅니다.
 
리우 옌:... 어디다 쓰는거람.
... 들키지 않게 오늘 내로 쓰고 넣어놔야겠어.
(일단 챙겼다.)
 
리우 옌:... 이제 남은건...
...
하...
(잠깐 쭈그려 앉았다가, 침대에 손 짚고 천천히 일어섰다. 최대한 빠르게 훑고 가겠다는 마음으로. 울렁거렸다.)
 
두 사람이 사용하는 침대입니다. 지금은 잘 정돈되어 있지만⋯.
 
리우 옌:
관찰력
기준치: 55/27/11
굴림: 78
판정결과: 실패
 
➔ 실패
 
리우 옌:... (침착해. 이성 유지하자... 다시 살핀다...)
관찰력
기준치: 55/27/11
굴림: 76
판정결과: 실패
(되겠냐고)
 
리우 옌:(아아팟;)
 
그러나 한 가지는 알 것 같습니다.
 
똑같은 침구인데도 불구하고, 시트는 한쪽만 더 낡아 있습니다.
 
리우 옌:...?
뭐지. 왜 한쪽만?...
(물끄럼... 진료소에서 외박을 자주하나?)
 
바쁘고 유능해 보였으니까요. 그럴 수도 있겠습니다.
 
리우 옌:퉤. 불안하느니 어쨌느니 하더니...
...
(착잡한 표정으로 뒤돌아선다.) ...
(더 말 잇지도 못하고 창고 쪽으로 달음한다.)
 
어제 왔던 창고. 그대로 열려있습니다.
 
다행히 옌이 온 이후로 들린 것 같지는 않아요.
 
리우 옌:좋아. 어제 깜빡 잊었던게 있으니...
(철제상자 마저 뒤져본다.)
 
녹슨 철제 상자입니다. 들어보면 조금 묵직합니다.
 
열어보면 그 안은 이상할 정도로 깨끗하게 유지되어 있습니다.
 
내부에 들어있는 것은 나사나 못 같은 공구입니다만, 그 사이에 유독 존재감을 내보이는 것이 있습니다.
 
끝이 뭉툭한 원뿔 형태로 생긴 도구입니다.
 
리우 옌:...
아.
... 이거다.
 
자세히 살펴보면 손잡이가 달려있으며, 원뿔의 끝에는 특이한 모양으로 튀어나온 돌기가 있습니다.
 
크기는 주먹 두 개 정도.
 
리우 옌:... 습... 이게 뭐지.
막상 찾긴 했는데, ..
 
그걸 보고 있으니, 마치 커다란 열쇠 같다는 느낌을 받습니다.
 
리우 옌:...... 열쇠라.
(우선 이것도 가방에 넣었다.)
수상쩍은게 이렇게나 많다니, 참.
 
리우 옌:가면 갈수록 의심 외에 할 만한 게 없는데.
좋아, 이틈에 나가봐야겠네. 용도는 나중에 알아보는걸로 하고... (신발장에서 신을 갈아신다가 문득,)
...
 
무언가 걸리는 점이 있나요?
 
리우 옌:(층계참 한참 바라보다가 속 깊은 곳에 눌러뒀던 말이 툭, 튀어나온다.)
...그리워 했다더니, 이젠 뭐 관심도 없었나보지?
(제 체온에 달궈 뜨뜻미지근해진 팬던트를 한손에 만지작대다가, 도로 품안에 집어넣었다. 그 안에 있을 사진의 주인공은 안봐도 뻔했다. 닳아 빠질 정도로 바라봤으니... ... 발걸음 바깥으로 향했다.)
 
그렇게 생각한다면, 펜던트를 빼지 않은 이유는 뭐였나요?
 
침묵을 지킨 채로 밖으로 향합니다.
 
어디로 향할까요?
 
리우 옌:... 이미 서랍에 처박아놓은거 보자면 말 다했지.
이건... ... 집에 돌아가는 길에 처분할거야.
찾지도 못하게. 그럴 꿈조차 꾸지 못하게.
... 진료소에 먼저 들릴까...
(진료소 쪽으로 걸음 딛는다.)
 
진료소로 향합니다.
 
진료소 근처로 오면, 여기서부터 안에서 대화를 나누는 목소리가 들립니다.
 
두 사람이 말싸움을 하고 있는 것 같아요.
 
리우 옌:... 뭐야? 그렇게 사이 좋다더니.
(슬쩍... 엿들어본다.)
 
가만히 들어보면 아래와 같은 대화입니다.
 
소티스:갑자기 왜 그래?
 
아르도어:왜 그러냐고 묻고 싶은 건 내 쪽이야. 상의도 없이 옌은 왜 끌어들인 거지?
 
소티스:그거야 바깥의 일이니까 나도 모르지. 하지만 알이 좋아할 줄 알았어. 보고 싶었을 거 아니야?
 
아르도어:⋯난, 지금까지 그런 게 필요하다고 한 적 없어. 쓸데없는 짓이다.
 
리우 옌:(...)
 
소티스:알았으니까, 진정해.
 
아르도어:소티스. 지금까지 함께 시간을 보내면서 난⋯ 네게 감사함을 느껴. 덕분에 웃었던 기억도 있지. 하지만 그뿐이야. 이 이상 난 아무것도 필요하지 않아.
 
소티스:⋯곤란하네. 세상만사 원하는 대로 돌아가는 게 아니라며. 이런 게 삶인 거 아니었어?
 
아르도어:그거랑 이건 달라. 어젯밤 일은 명백하게 부자연스러웠어. ⋯만약 옌이 위험해지기라도 했으면.
 
소티스:알겠어. 내가 물리게 한 거야? 그건 당신 잘못인데.
 
리우 옌:(...?)
 
소티스:언제든지 끝내고 싶은 마음이 생기면 창고에 있는 키를 가지고 호수로 가. 방법은 알려줬잖아.
 
아르도어:⋯ ⋯옌은?
 
소티스:내가 알아서 해. 어차피 다 끝나면, 당신이 신경 쓸 것도 아니지.
 
아르도어:⋯그래. 이야기는 여기까지 하자.
 
그리고 옌이 서 있는 문 방향을 향해 커지는 발소리가 들립니다.
 
리우 옌:(...키?)
(헉)
 
리우 옌:
민첩
기준치: 65/32/13
굴림: 93
판정결과: 실패
(어 아아 아)
 
➔ 실패
 
리우 옌:(어어떡)
 
재빨리 숨으려 했으나, 그럴 장소가 마땅치 않습니다.
 
리우 옌:(자자자잦잠깐만)
 
곧 문을 열고 나오는 아르도어와 마주칩니다.
 
리우 옌:(잠깐!!!!!!!!)
(아)
 
아르도어는 놀란 눈으로 옌을 봅니다.
 
리우 옌:... ... 아.
 
아르도어:⋯ ⋯옌?
⋯들었나.
 
리우 옌:... ...
아무것도 못들었어.,
(급히 몸 돌립니다. 이곳을 벗어나야해. ...)
 
아르도어:⋯그렇군. 알겠다. (돌아서려는 네 어깨를 붙든 채로.) 여기에 볼 일이 있어서 온 거겠지. 내가 자리를 비켜줄 테니 들어가.
집에서⋯ 보도록 하지. (그렇게 일축 후 스쳐 지나간다.)
 
리우 옌:...
 
지나가는 아르도어의 뒤로 보이는 소티스 역시 조금 난감한 표정이네요.
 
어떻게 할까요?
 
리우 옌:(나더러 뭘 어쩌라고... 어정쩡하게 가방만 끌어안는다...)
(조금의 시간이 흐르고, 굳어있던 발이 방향대로 움직였다. 소티스 쪽으로 향하는 길이다.)
뭐 좀 묻고 싶은게 있는데. 아까 대화, 뭐야? 대체.
 
소티스:음⋯. 좀 싸웠어요. 못 볼 꼴을 보여서 미안하네요.
이미 일어난 일 때문에 언성을 높인 거라 부끄러운데. 이렇게 싸운 적도 처음이고.
 
리우 옌:...
...쇼를 하고 있네.
야, 너 나한테 뭐 숨기고 있지.
 
소티스:흠. 글쎄요⋯. 그것보다 이젠 야, 라고 막 부르는 거예요? 이렇게 보여도 내가 옌보다 나이 훨씬 많은데.
 
리우 옌:뭔 상관이야? 난 아르도어한테도 야라고 불러. 싸가지 없으면 너도 반말 하던가.
나이 부심은.
 
소티스:그래요. 야. 좋아하는 음식은 뭐가 있어요?
 
리우 옌:허.
 
소티스:나쁜 마음이 있는 건 아니지만, 더 이상 옌이 머무는 건 힘들 것 같아서.
오늘 저녁으로 대접할게요.
 
리우 옌:... ...
내가 물은건 그게 아니었을텐데?
 
소티스:옌이 정확히 뭘 알고 싶어하는 건지 모르겠어서요.
알이 화난 건 스트레스를 받아서 그런 거예요.
정확히는, ⋯옌 당신이 있는데 위험한 일이 생겨서 그런 거죠.
 
리우 옌:... 그래서, 그게 내 탓이다?
 
소티스:아니요. 그건 알 탓이에요.
 
리우 옌:... 알아듣게 설명해.
 
소티스:끌어들인 내 탓도 좀 있을 테고⋯. 말해주기 싫으면, 좋아하는 음식은 내가 알아서 준비할게요.
오늘은 일찍 퇴근해야겠다. 집에서 봐요. 옌.
 
리우 옌:... 허.
싸갈머리 없는 자식...
 
소티스:칭찬으로 알아들을게요. 그럼.
 
소티스는 곧 진료소를 떠납니다.
 
리우 옌:...
멍청인가
날 여기 내버려두고 간 것부터가 멍청하다는 증거.
(내부 박박 뒤질 심산으로 안쪽으로 들어가본다...)
 
단층으로 구성되어있는 작은 건물입니다.
 
들어가기 전 입구 옆에는 운영 시간을 안내하는 팻말이 있네요.
 
낮까지만 문을 열어둔다고 합니다. 지금은 소티스가 퇴근해서, 예외적으로 닫힘으로 되어있네요.
 
리우 옌:알 바야?
(못 들어가나?... 기웃기웃 서성서성..)
 
'관계자 외 출입금지'라고 쓰인, 눈에 띄지 않는 문이 있습니다.
 
저길 통하면 내부로 들어갈 수 있을 것 같네요.
 
리우 옌:... 그래. 맞아
난 관계자지. (그냥 아는 사이일 뿐인)
(일단 냅다 문열고 들어가기 시전;)
 
안으로 들어서면 아무도 보이지 않습니다.
 
넓지 않은 공간에는 진료실과 작은 문이 보이네요.
 
리우 옌:... 흐음. 우선 진료실 먼저 탈탈털고.
(진료실 쪽으로 향한다.)
 
안으로 들어가면 소독약 냄새가 납니다.
 
누울 수 있는 침대가 몇 개 있고 침대 사이사이 커튼이 쳐져 있습니다.
 
규모는 조금 큰 양호실 정도로 보이네요. 철제 트레이에 이런저런 약물들이 올려져 있습니다.
 
리우 옌:내가 이런걸 만져본 적 있을 리가 없잖아.
나, 원... ... 그 외에 볼건 없나? (두리번두리번)
 
외에 특별한 건 없어 보입니다. 환자들이 드나드는 공개적인 장소니까요.
 
리우 옌:...아하. 그럼 그 옆에 작은 문 안쪽에는 기묘한게 있다~ 이거지?
(들키지 않게 조심히 문 닫고, 밖으로 나와 작은 문 통해 안으로 들어가본다.)
 
잠겨있습니다.
 
들어가기 위해서는 열쇠가 필요한 모양이에요.
 
리우 옌:이거겠지, 뭐. (가방 안으로 손 깊숙이 넣어 한참을 뒤적... 뒤적... 겨우 찾은 작은 열쇠 꺼내든다.)
머리맡에 놔둘 정도면 귀중한 거 아니겠느냐. 이말이지. (냅다 문고리에 끼워보며...)
 
어렵지 않게 문이 열립니다.
 
안으로 들어오면 개인 창고 같은 공간입니다.
 
왼쪽 선반에는 치료에 쓰이는 도구들이 정리되어 있지만, 오른쪽 서랍은 개인용으로 사용하는 것 같네요.
 
리우 옌:...흐음.
에잇. (오른쪽 서랍 벌컥 열었다.
 
안쪽에 노끈으로 묶인 종이 뭉치가 있습니다.
 
알 수 없는 장치가 올려져 있고, 가죽으로 된 수첩도 나옵니다.
 
리우 옌:....?
매우 수상쩍은걸.
(일단 종이뭉치 먼저 풀어봅니다. 딱봐도 뭔가 있어.)
 
노끈으로 묶여있는 책과 서류 뭉치입니다.
 
끈을 풀어 종이를 들어 읽어보면, 무언가 그림이 함께 있는 어떠한 장치에 대한 설명입니다.
 
리우 옌:...
호수의 그거, 랑... 원뿔 키.
내부를 왜곡하고 정신을 가둔다고? ... ... 뭐 때문에?...
아니 애당초, 얘는 뭐야, 대체.
 
이런 걸 쓰는 소티스는 뭘 하는 사람일까요?
 
호수에서 본 게 있으니, 실제로 존재하는 장치라고밖에 생각할 수 없습니다.
 
리우 옌:... 평범한 의사는 아닌 것 같고, 말이지.
뭐하는 애야? 얘도 로건? 뭐 그런 느낌의 아니마 소유자... 그런건가?
 
같은 아니마라면 아르도어가 설명했을 텐데, 그런 낌새는 없었습니다.
 
리우 옌:하기야 그렇긴 하지.
아니마 소유자였다면 애진작 신대대에 들어왔을거고.
... ... 다른거 보자. 이거. (가죽으로 된 수첩 펼쳐봅니다.)
 
그렇겠지요. 신원이 명확하다면요.
 
수첩을 펼쳐봅니다.
 
열어보면 정갈한 글씨의 일기가 있습니다.
 
연도를 확인하면, 15년 전부터 조금씩 메모하고 있던 것 같네요. 아래로 갈수록 최신입니다.
 
리우 옌:15년 전...
 
가장 처음에 쓰인 것부터 차례대로 읽어봅니다.
 
리우 옌:(...)
 
리우 옌:(...)
 
리우 옌:(움찔,)
 
리우 옌:(... ...)
 
일기를 다 읽어갈 즈음⋯.
 
리우 옌:
관찰력
기준치: 55/27/11
굴림: 15
판정결과: 어려운 성공
 
➔ 성공
 
맨 뒷장에 메모가 있습니다.
 
리우 옌:... 이게 무슨...
(속이 쓰리고 숨이 턱턱 막혔다. 이유를 알 수 없는 답답함이 숨 끝에 머물러 호흡이 절로 가빠졌다.)
 
너무 많은 내용이 들어와 머리가 어지럽습니다.
 
걷기라도 하며 숨을 돌리는 게 어떨까요?
 
리우 옌:...
... 그래... ... 그래야지. ... 그래야겠다.
(떠는 손으로 수첩을 갈무리하고, 메모만 챙겨 바깥으로 나섰다.)
 
어디로 향할까요?
 
저녁까지는 아직 시간이 있습니다.
 
리우 옌:집에선 ... 밥 안 먹고 싶으니까. (그 말을 끝으로, 너머의 음식점으로 향했다.)
 
음식점으로 향합니다.
 
문을 열면, 문에 달려있는 종이 기분 좋게 울립니다.
 
안쪽에서 앞치마에 손을 닦으며 가게 주인이 나옵니다.
 
이곳은 음식점이지만 식재료 판매도 함께한다고 합니다.
 
음식점 주인:뭘 찾아요?
 
리우 옌:...아, 뭐 찾는 건 없는데.
그냥 뭐, 배 좀 채우려고요. 무슨 메뉴 있나요?
 
음식점 주인:그래요? 식재료 사러 온 게 아닌 모양이네.
잠깐. 가만 보니⋯ 여기 사는 사람 아니죠? 저기 소티스네 왔다던 사람인가?
 
리우 옌:이 근처 분들이 식재료를 많이 사가시나 봐요.
예, 뭐... 놀러온 입장이긴 하죠. (멋쩍게 웃었다.)
소티스랑 잘 아는 사이신가봐요?
 
음식점 주인:그렇죠. 식자재는 많이 사가지만 외식은 보통 잘 안 하거든요~ 가끔 소티스랑 아르도어는 오긴 해요.
그럼요. 두 사람이야 여기 산 지 오래되었으니 잘 알죠~
뭐 먹고 싶은 거 있어요? 저희 집은 크림 스튜나 코코뱅이 맛있는데.
 
리우 옌:아, ... 그렇구나~.. 하하. 꽤 오래 살았다고 듣긴 했어요. ...
아, ... 음. 그럼 하나만 추천해주시겠어요? 아무거나 괜찮아요.
 
음식점 주인:맞아요. 특히 소티스는 진료소를 관리해 주니까 모두에게 인기가 많아요. 게다가 엄청 미인이고~
젊은 분이 기운이 없네~ 그럼 힘내라고 고기 팍팍 넣은 요리로 준비해 줄까요?
 
리우 옌:네. 뭐... 네. 그래주신다면 감사하죠. (쓰게 웃는다.)
 
음식점 주인:좋아요. 금방 내올 테니 잠시만 기다려요~
 
주인이 안으로 들어가면 가게에 옌 혼자 남습니다.
 
유리창 밖으로 지나가는 사람이 몇 명 보이긴 하지만, 어쩐지 홀로 남겨진 것 같은 기분이 드네요.
 
리우 옌:...
... ... 고립된 것 같지 않아...
... ... 알.
(나직하게 부르다가 곧 입 닫았다. 더는 부를 일 없는 이름이다. 더는 말할 일 없을 것들이고, 손에 쥘 수 있는 온기도 없었다.)
 
얼마 지나지 않아, 가게 주인이 따뜻한 비프 스튜와 함께 빵과 가니쉬를 내옵니다.
 
한 손에는 종이봉투가 들려있네요.
 
리우 옌:... 아, 감사합니다. ... 근데 이 종이봉투는 뭔가요?
 
음식점 주인:아, 고기가 들어있어요. 늘 이곳에서 식재료를 사는데, 오늘은 안 왔거든요. 모처럼 손님도 왔으니 공짜로 줄게요~ 가서 전해줘요.
지금까지의 성의 표시랍니다. (찡긋~)
 
리우 옌:... 아하하, 감사해요. 이런 서비스도 다 챙겨주시고... (미적지근하게 웃으며 꾸벅, 인사하고 받아들었다.)
맛있게 잘 먹을게요. (식기 전에 먹어야 하는데. 떠 올리는 손에 영 힘이 들어가지 않는다. 꾸역꾸역 입에 쑤셔넣었다.)
 
음식점 주인:뭘요~ 맛있게 먹고 힘내요! 안 좋은 일이 있는 것 같은데, 그렇게 울상이면 잘 해결될 일도 안 되는 경우가 많거든요.
더 먹고 싶으면 말하고요~
 
리우 옌:충분해요, 감사합니다. 맛있네요, 따뜻하고.
(몇마디 더 얹고선 마저 겨우 입에 떠 넣었다. 메슥거리는 속도 무시한채로...)
 
메슥거리는 속을 무시하고 음식을 입으로 밀어 넣습니다.
 
배는 채워지지만, 입맛은 영 돌아오지 않네요.
 
겨우 식사를 마치고 가게를 나왔습니다.
 
어디로 향할까요?
 
리우 옌:... 속이 더부룩해... 당장이라도 구역질 날 것 같다. (바로 근처 다리 쪽으로 걸음했다. 산책이라도 할까 싶어서.)
 
다리가 있는 마을 외곽으로 향합니다.
 
마을 외곽은 숲으로 둘러싸여 있습니다. 길을 잃기 좋아 보이네요.
 
그래도 사람들이 제법 오고가는 오솔길도 있어 보입니다만, 통행인은 없습니다.
 
옌이 마을에 올 때 건너온 다리가 있습니다.
 
리우 옌:... 딱 길 잃기 좋게 생겼네.
... 다시 건너오면 그만이니까. 어차피 비도 안오는데. (마을에 올때 건너온 다리 쪽으로 향한다. 넘어가려는듯.)
 
흐르는 강이 있는 언덕 위에 나무로 지어진 다리가 있습니다. 튼튼합니다.
 
당장 집에 돌아갈 수 있을 것 같네요.
 
리우 옌:...
 
건너갈까요?
 
리우 옌:...
... 아니야. 안갈래.
... 혹시 모르잖아, 나갔다가 ... 다시 못 돌아온다던지, 뭐 그런...
... ... 그런건, .. 싫어. 알과의 마지막 인사가 그렇게 마무리 되고 싶진 않으니까.
(걸음 멈추고 뒤로 물러났다. 발의 방향을 호수 쪽으로 틀었다.)
 
오솔길을 통해 가보는 건 어떨까요?
 
그쪽이라면 호수로 더 빠르게 갈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리우 옌:좋아. 산책이니까. 오솔길로 가보지 뭐. (듬성듬성 난 자갈돌길 투박하게 걸었다. 한결 기분이 좀 가시길 바라면서...)
 
울창한 숲 사이, 사람들이 다니는 길입니다.
 
길은 중간중간 흐려져 있고, 길지 않네요.
 
주변을 구경하며 느긋하게 걸어봅니다.
 
리우 옌:
관찰력
기준치: 55/27/11
굴림: 48
판정결과: 보통 성공
 
➔ 성공
 
길 저 끝 바위 절벽 아래에 동굴이 보이는 것을 확인합니다.
 
리우 옌:...?
웬 동굴.
(슬쩍... 그쪽으로 향해본다. 혹시나 하는 불안감에 아니마도 꺼냈다.)
호기심은 못참지.
 
못참지
 
리우 옌: 그림
 
까짓거한번해보죠!!!
 
꽤 깊게 뚫려있는 동굴입니다. 텅 비어있고 서늘하네요.
 
안으로 들어갈까요?
 
리우 옌:...음.
들어가보지, 뭐. (핸드폰으로 플래시도 켰다.)
 
동굴 안으로 들어가 봅니다.
 
안으로 들어서면 바람 소리가 들리고, 정신이 조금 어지럽습니다.
 
리우 옌:
정신
기준치: 40/20/8
굴림: 66
판정결과: 실패
 
➔ 실패
 
발이 꼬여 넘어집니다.
 
리우 옌:악!
 
철퍽!
 
리우 옌:(우당탕도 아니고 왜 철퍽이야...)
 
앞으로 고꾸라진 옌은 쓰라린 통증을 느낍니다.
 
리우 옌:...아오...
 
리우 옌:아... 습...
 
그리고 고개를 든 옌은,
 
리우 옌:...
 
리우 옌:... ...?
이거, ... 아니 잠깐만,
...
이 앞에 시체가 있나?
 
돌아갈까요? 아니면, 더 들어갈까요?
 
리우 옌:... 예상보다 훨씬 심각해 보이는걸. ... 들어가야지.
끝장을 보자.
(안으로 더 들어가본다.)
 
안으로, 깊은 곳으로 향합니다.
 
리우 옌:.......... 아,
SAN Roll
기준치: 39/19/7
굴림: 87
판정결과: 실패
 
➔ 실패
 
리우 옌:3
 
그때.
 
동굴 끝에서 사람의 인기척과 옌의 이름을 부르는 목소리가 들립니다.
 
리우 옌:(헉,)
 
소티스:옌.
 
리우 옌:...
가, 가까이 오지 마.
 
소티스:저녁 시간인데 안 돌아와서 걱정했어요. 여기 있었네.
(뒤에 있는 것들은 보이지도 않는다는 듯이, 네 팔을 붙잡는다.) 돌아가요.
알도 기다리고 있어.
 
리우 옌:(붙잡은 팔 뿌리쳤다.) ... 내 발로 알아서 갈 수 있어.
...
 
소티스:그래요? 그럼 같이 가요. 어서.
 
리우 옌:(제발로 호랑이 굴에 들어가는 기분으로, ... 걸음을 옮겼다.)
 
집으로 돌아오면 만두 냄새가 납니다.
 
옌이 좋아하는 음식이죠.
 
리우 옌:(... 만두..)
 
아르도어:어서 와라. 옌. 소티스가 데려왔군.
 
리우 옌:... 응. 숲에서 길을... (힐끔.) 잃어서.
 
아르도어:그랬군. 거긴 길을 잃기 쉽지. 돌아와서 다행이다.
⋯이제 돌아간다고 들었다. 짐이 많지 않으니 정리할 건 별로 없겠지.
 
리우 옌:... ... 그래.
맞아, 별 거 없어. 금방 돌아갈 생각이었어.
 
아르도어:⋯ ⋯그래. 만두는 여전히 좋아하나? 직접 만들었다.
 
리우 옌:... ... 먹음직스러워 보이네, 근데.
아, ...음.
오는 길에 식욕이 다 떨어져버렸네. 미안.
 
아르도어:⋯그런가? (소티스를 바라본다.)
 
소티스:(어깨를 으쓱한다.) 난 아무 짓도 안 했어.
 
리우 옌:(덜컹, 의자 뒤로 밀어내며 잠깐 일어섰다가...) 아.
이거, 식료품점에서 주시더라. 항상 사가던 고기를 안가져갔다고.
그래... ... 오늘 메뉴에도 고기 들었어?
 
아르도어:아, 그랬군. 오늘은 사러 가지 않았으니까. 소티스.
 
소티스:응. 내가 정리할게. 이쪽으로 줘요.
 
아르도어:그야 만두소에 고기가 들어가긴 하지. 왜?
 
리우 옌:아니, 그냥. 궁금해서.
 
아르도어:힘들면 억지로 먹지 않아도 된다. 음식점에 들르고 온 거라면 식사도 했겠지.
 
소티스:그래요? 옌. 무리해서 먹으면 체하니까요. 알의 말대로 해요.
뭐, 이건 알이 몇 시간이 걸려서 만든 거지만 못 먹으면 어쩔 수 없죠.
 
리우 옌:응. 오늘 식사할 생각 없었걷... ...
(아오진짜... 소티스 개째려봄)
 
소티스:내가 다 먹으면 되죠.
 
리우 옌:... 너 눈치없단 소리 많이 들어? (도로 앉음..)
(속이 영 좋진 않지만... 하나 깨작 깨작 먹기 시작한다.)
 
소티스:그 말은 알이 자주 해요. 그렇지?
 
아르도어:⋯나쁜 뜻으로 말한 건 아니야.
 
리우 옌:아니, 나쁜 뜻으로 말했어, 나는.
 
아르도어:나도 없는 편이긴 하고. 네 그런 점이⋯ 아. (옌이 있는 쪽을 바라본다.) 안 먹어도 된다. 옌.
 
리우 옌:... (커틀러리 들고있던 손 움찔, 한다.)
...
지랄들 하네, 진짜...
(조용히 중얼거리고 의자 뒤로 밀며 일어섰다. 발걸음 돌렸다.)
 
아르도어:⋯옌.
 
리우 옌:(들은 체도 안한다.)
 
소티스:(분위기를 살피다 부러 목소리를 낸다.) 그럼 난 옌이 준 고기 정리를 좀 할게요.
두 사람은 거실에서 담소나 나누는 게 어때요? 밥은 나중에 먹으면 되지.
 
아르도어:그래. 나도 입맛이 없군. 옌, ⋯기다려라. 잠깐 소파에 앉지.
 
리우 옌:네가 뭐라고 말할 입장 아니라고 했잖아. 대체, 뭐, ... 뭘 보여주고 싶기라도 한거야? 진짜 쇼라도 하려고?
나란히 앉아서 뭔 얘기를 할건데. 우리가 뭐 오손도손 이야기 할 사이야?
 
아르도어:(뒤따라와 몇 걸음을 남겨두고 멈춰 섰다.) ⋯너는 곧 돌아가지. 이젠 정말 볼 일이 없을 거다.
⋯이렇게 너를 보내면 후회할 것 같다는 기분이 들어.
옌. 내가 이런 말을 할 처지가 안 된다는 건 알아. 하지만, ⋯감히.
네가 행복하기를 바란다.
 
리우 옌:.... 하.
말했잖아, 계속 후회하라고. 그렇게 계속 후회로 점철된 삶에서 정말, 티끌 만큼이라도 미안한 마음이 있다면 죄책감에 시달리라고.
행복하길 바란다고? 너 진짜 ... ... 푸핫. 알, 너... 진짜, ... 염치없다. 그리고 눈치도 없이... ...
... ... 돌아가면 죽을거야. 넌 아마 다시는 내 얼굴을 못 보겠지.
네 불꽃은 정말 사람을 태우기 위해서만 존재하는 거였어. 이제 알았어, 처음부터 알아챘어야 했는데... ... (제 손 들어 자신의 목덜미로 옮겨간다.)
 
리우 옌:1
(그리고 이내 발 들어 팬던트 위로 쿵, 내려놓았다. 사정없이 밟아 짓이기다 못해 잘게 바스라져버렸음에도 불구하고... 그 발길질은 억울함에 젖어있었다. 거친 움직임에 맞춰 바닥에 체온 머금은 물기가 떨어져내린다.)
 
아르도어:⋯ ⋯ ⋯.
(아직, ⋯가지고 있었던 건가.) 네게 불꽃이 상극이라는 걸 알아. ⋯나는 항상 너를 좀먹고, 태워 온 걸지도 모르지.
옌. ⋯그런 나라도, 네가 소중했다. 지금도, 그리고 너와 헤어진 미래까지도. 영원히. 이것만큼은 어떤 거짓도 기만도 없어. 하지만⋯.
(산산조각이 난 펜던트를 바라본다. 저것처럼 가슴께가 조각난 것 같이, 욱신거린다. 목구멍이 타들어 갈 것처럼⋯.) 네가 원한다면, ⋯그렇게나 내가 끔찍하다면. 그만두겠다.
(그게 내가 할 수 있는, 너에 대한 가장 큰 속죄일 테니까.) 죄책감을 버리겠다는 뜻은 아니야. 난 네 말처럼, 눈을 감을 때까지 나 자신을 용서하지 못하겠지. (지금까지처럼.)
그저⋯ 내가 안고 가게 해. 모든 죄악을 전부 나에게 떠넘기고, 살아가.―날아가.― 옌.
 
리우 옌:... 알면서도. ... 다 알면서도 왜 곁에 있었어...
왜, ... 왜 곁에 있어주겠다고 했어, 나... 나 또 바보같이, 그 말에 속았잖아... 계속 곁에 있어주겠다고 했잖아, 영원히 함께 있어준다고 그랬잖아... 그랬잖아...
 
아르도어:⋯주제에 맞지 않는 오만, 이었던 거겠지. (욕심. 그 단어가 되기까지, 사실은⋯. 아니. 이제 와서는 아무런 핑계도 되지 못한다.)
 
리우 옌:나는 도대체 언제까지 기다리기만 해야해? 언제까지... 언제까지 계속 문앞에 앉아서 누군가 와주길 기다려야하냐고, 드디어 그 개같은 지옥에서 나온 줄 알았더니... 이제, 이제는...
... 내 욕심이었던거야? 전부?
내가 처음부터 가져선 안되는 마음을 품었던게 문제였어? 그래, 알아. 나도 알아. 지금 이 상황에서 무슨 얘기를 하던지 소용 없단거...
근데, 아는데. ... 이렇게 해야 네 기억에 오래 남겠지. 쓰레기같은 인간으로, 최악의 인간으로서 기억에 오래 남을거야. 그렇게라도 네 기억에 남지않으면 대체 누가...
나를 기억해줄까.
 
아르도어:⋯ ⋯ ⋯아.
 
리우 옌:... 그래서 죽으려고. 네 뜻대로 이뤄줄 일은 없겠지. 그 편이 훨씬 잔혹하잖아, 선명하고. 최악의 인간으로선 완벽한 결말이지.
기억해 알, 이게 내 마지막 모습이야. 초라하고, 추잡하고, 역겨운 위인.
 
아르도어:⋯ ⋯ ⋯그러지 않아도 돼. 옌.
한쪽이 사라져서 끝날 일이라면, 그 역할이 너일 필요는 없어. (손을 뻗는다. 네 어깨를 감싸 쥐고, 끌어당긴다. 제 품으로 완벽하게 가둔 채 얼굴을 내보이지 않는다.)
미안하다. 눈치도 없고, 염치도 없고, ⋯널 울리기만 하는데도 계속 옆에 있으려 해서. 옆에 있겠다고 해서.
같은 마음인 줄 알았다면, 차라리 더 욕심을 내볼 걸 그랬지.
 
리우 옌:(아무말도 않고 잠깐 움찔했다.)
 
아르도어:⋯너한테 돌아가고 싶었어. 네가 여기로 오는 게 아니라. (목을 더듬는다. 옷 안으로 손을 넣고, 꺼내 든 것은 네 발아래 짓밟힌 무언가와 닮아있다. 꼭 같은 형태가 아니었지만, 달칵. 그 안에 담긴 사진을 보여준다. 지금의 너와 같은⋯ 그럼에도 오랜 시간이 지나 빛이 바랜 사진.)
그렇지만 그럴 수 없었고, ⋯그래서는 안 되었고. 이렇게 널 떠올리기만 하는 게 내게 허락된 전부였어.
 
리우 옌:(...)
 
아르도어:⋯죽지 마. 옌. (네 손을 편다. 손바닥 위에 놓인, 펜던트. 껍데기가 완전히 낡아버려 새것으로 교체한 지도 몇 년. 그렇게라도 항상 품에 가지고 다녔던 것.)
이제 이 사진이 없어도, 내가 너를 잊을 일은 없어.
 
리우 옌:... ...
(뻐끔, 뻐끔.. 무언가 토해내기라도 하려는 듯 연이어 여닫히던 입술은 곧 말을 잃은듯 틈없이 다물렸다. 당장이라도 벗어나려고 이리저리 뒤틀던 몸이 맥없이 축 늘어졌다. 완전히 당신에게 기댄 채다.)
... 이미 늦었어... 돌이킬 수 없다고, 후회해봤자야... 너랑 나는, 이제 더는 같은 마음이 아니니까.
그냥, 말해보고 싶었던 거야... 이제 앞으로 네가 아닌 다른 사람을 만날 일도, 누군가를 애정한다는 마음이 들 일도 없을 것 같아서... 네가 그거라도 알아줬으면 해서, 내가 얼마나 착잡한지... 알아, 줬... 으면... 해, 서... ...
(울음에 숨 고파 맥없이 늘어지던 말미가 끝내 툭, 끊어졌다. 완전히 기대있던 몸이 천천히 떨었고, 이윽고 팔이 당신을 완전히 감쌌다. 몇 달 만에, 그제서야 제 손 안에 들어온 온기다. 그토록 찾았던... 당신이다.)
 
아르도어:⋯ ⋯응. 알아. ⋯잘, 안다. 너무나도.
(후회해서 돌이킬 수 있다면, 진즉 몇 번이고 돌아갔을 터다. 그럴 수 없음을 자신이 가장 잘 안다. 제가 할 수 있는 것은 한 가지밖에 없다. 단념하고, 받아들일 것. 그렇기에 결코 완전한 행복을 가지지 못할 것.)
안심해. 나는⋯ 널 버릴 수 없고, 잊을 수 없고, 매 순간 너의 공백을 느낄 테니까.
 
리우 옌:... ... ... 응.
2
좋아했어...
 
아르도어:⋯나도.
좋아했어. 너를.
 
리우 옌:... 그리고 영원히, ... 앞으로도 매순간 좋아해.
... ...
... ...이만 가봐, 소티스가 기다릴거야.
 
아르도어:⋯.
응.
 
밤이 깊어갑니다.
 
방으로 돌아온 옌은 온 집안이 조용해졌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날이 밝으면 이 마을을 떠나게 되겠죠.
 
무언가를 한다면, 지금이 마지막일 겁니다.
 
리우 옌:(조용히 창문을 열었다. 만에 하나라도 대비하고자 하는 마음에... 가방을 챙기고, 익숙하게 날아 올랐다. 칠흑같은 어둠 속으로.)
(목적지는 호수. ...)
... 미안, 아무래도. 나는 속이 좁은 사람인가봐.
 
바깥으로 향합니다.
 
새벽 시간, 호수는 은은하게 녹색으로 빛나고 있습니다.
 
새삼 어두운 밤중, 가만히 바라보면 존재감을 드러내는 곳입니다.
 
호수 깊은 곳에서 빛이 새어 나오고 있습니다.
 
리우 옌:...
(아까 그 자리를 더듬더듬 찾아 나간다. 물이 차갑다.)
... 이쯤이었나... 빛이 나는 쪽이...
 
새벽의 호수는 낮에 들어갔던 것보다 물이 찹니다.
 
바닥까지 내려가 빛을 향해 걸어가면 그곳에는 바닥에 파묻혀있는 기계가 있습니다.
 
리우 옌:... 역시.
(제 가방에서 원뿔 형태의 열쇠 꺼내 든다. 바닥의 진흙 걷어내 열쇠 구멍을 찾아본다.)
 
기계의 중앙에는 원뿔 모양의 홈이 파여있습니다.
 
창고에서 발견한 '키'가 이곳에 딱 맞아 보입니다.
 
리우 옌:...
꽂자. (이 결정엔 흔들림도 없었다.)
(열쇠를 홈에 끼워 넣는다.)
 
‘키’를 꽂으면 장치들이 맞물리며 돌아가는 소리가 들립니다.
 
달이 빨리 기울기 시작하며 주변에 있던 물고기가 보이지 않습니다.
 
수면이 조금씩 줄어드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 때,
 
리우 옌:...
 
호수에 돌 하나가 풍덩 하고 떨어지는 소리가 들립니다.
 
리우 옌:...
...?
 
그곳에 서 있는 건 아르도어입니다.
 
아르도어:⋯여기는 어떻게?
 
리우 옌:... ...
네가 숨기는 건 다 알아.
너랑 같이 지낸 시간이 몇인데.
 
아르도어:⋯당연한 걸 물어봤군.
 
아르도어의 등 뒤로, 저 끝부터, 세상이 천천히 어둠에 잠식되어 갑니다.
 
언제나 불현듯 찾아왔던 소티스는 보이지 않습니다.
 
리우 옌:... 소티스는?
 
아르도어:⋯그는 오지 않아.
그래도 곧, 만날 수 있겠지. ⋯그에게 인사를 전해줘.
슬슬 끝낼 때가 되었다고는 생각했어.
 
리우 옌:... ...
너는 어떻게 돼?
 
아르도어:⋯이쯤이면 만족해.
 
리우 옌:... 나, 있지.
네 생을 연장시킬 수 있는 방법을 알아.
 
아르도어:⋯.
 
리우 옌:... ...
... 너는 원해?
 
아르도어:나는⋯.
⋯나로서. 인간성을 바라.
바람은 흘러가는 것. 불꽃은 사그라드는 것.
⋯그렇지 않나?
 
리우 옌:... ...
 
어두워진 시야 속에서 당신은 기억을 하나 돌려받습니다.
 
왜 이제껏 착각했는지 이해할 수 없을 정도로, 온전한 기억이 당신의 머리에 자리 잡습니다.
 
당신은 비가 내리는 날, 아르도어를 찾아 길을 떠났습니다.
 
마을에 도착한 당신은 이곳저곳에서 아르도어를 찾아 헤맸지만 찾지 못했습니다.
 
여관에 물어봐도 그런 사람은 방문한 적 없다고 했습니다.
 
그러던 중, 멀리 보이는 연기 하나를 찾아 이 동굴 앞까지 왔다가⋯.
 
소티스를 만났습니다.
 
당신이 찾는 사람이 아르도어란 걸 알게 된 소티스는 당신을 어디론가 데려갔고, 그 뒤에는⋯.
 
리우 옌:...
... ...아.
 
주변을 둘러보면 이곳은 동굴이고, 옌은 동굴의 벽면에 기대어 잠들어있었음을 알게 됩니다.
 
근처에는 바닥에 깔린 시트에 아르도어가 누워있으며, 당신을 흔들어 깨우던 사람은 소티스입니다.
 
소티스:기계의 작동이 정지되었군요. 일어나셨습니까.
 
리우 옌:... 소티스.
... ... 전부 꿈이었던거야?
 
소티스:단순히 '꿈이었다'고 치부하기에는, 당신도 아니라는 것을 이미 알고 있지 않습니까.
 
리우 옌:... ...
... 괜한 것을 물었네.
 
소티스:예. 그곳은 정신 공간이라고 할 수 있겠죠.
 
끝이 보이지 않는 동굴입니다.
 
옌이 누워있던 곳을 기준으로 오른쪽은 깊어 안이 보이지 않으며, 왼쪽으로는 나가는 구멍이 보입니다.
 
밖에는 비가 내리고 있습니다.
 
리우 옌:...
 
근처에 아르도어가 누워있고, 소티스는 돌 하나를 의자삼아 가만히 앉아 여러분을 바라봅니다.
 
그 주변에 알 수 없는 기계와 손바닥 크기의 석판이 있습니다.
 
리우 옌:(온전히 정신이 돌아오자... 알의 상태를 확인해야한다는 생각이 가장 먼저 일었다. 급히 일어나 알을 살핀다.)
 
아르도어는 바닥에 누워있습니다. 그 표정은 어딘가 괴로운 듯 찡그리고 있습니다.
 
손을 대어보면 체온은 데일 듯 뜨겁고 식은땀을 흘립니다.
 
리우 옌:... ...
 
옆에는 아르도어의 여행용 짐으로 보이는 게 가지런히 놓여있습니다.
 
리우 옌:
관찰력
기준치: 55/27/11
굴림: 87
판정결과: 실패
 
➔ 실패
 
리우 옌:
관찰력
기준치: 55/27/11
굴림: 17
판정결과: 어려운 성공
 
➔ 성공
 
리우 옌:(눈비빔..)
 
마지막으로 봤을 때보다 피부색이 어둡고 거칩니다.
 
리우 옌:.... ...
이미 많이 진행 됐어...
 
그 모습을 보던 소티스가 뒤에서 말을 건넵니다.
 
소티스:보시다시피, 그는 구울화 되어가고 있습니다.
한 시간에서 두 시간쯤 지나면 완전히 변이될 겁니다. 나는 그 즉시, 그를 사살하겠죠.
 
리우 옌:... ...
 
소티스:내 임무는 이 지역 일대의 구울을 전부 말살하는 겁니다.
 
리우 옌:넌, 알을 좋아하던 것 아니었어? 어떻게 그렇게 쉽게...
 
소티스:그도 동의했습니다.
 
리우 옌:... ...
돌이킬 방법은 없는거야?
 
소티스:예.
 
리우 옌:... ...
 
소티스:마음의 준비를 하십시오.
그동안은 이야기 상대가 되어드리겠습니다.
 
리우 옌:... ...
(애써 침착함을 유지하려 했으나, 안색이 좋지 못하단건 저 자신도 충분히 잘 알았다. 침묵 지킨채 기계를 살핀다.)
 
금속과 플라스틱으로 되어있는 정사각형 모양의 알 수 없는 기계입니다.
 
어떠한 것과도 연결되어 있지 않으며, 외부에서 회로 같은 것은 보이지 않습니다.
 
지금은 작동을 멈추어 건드려도 아무런 반응을 보이지 않습니다.
 
리우 옌:... 이거였나...
 
소티스:예. 그것으로 아르도어에게 여생을 살 수 있는 공간을 내어주었습니다.
 
리우 옌:...
뒤지게 고맙네, 진짜... (빈 말이다.)
(작동 멈춘 기계에게서 눈 돌려 옆쪽 석판 살펴보았다.)
 
석판에 손을 대어 보면, 갑자기 머리로 여러가지 정보가 들어옵니다.
 
옆에 있는 정사각형 모양 기계의 이름은 <가속의 입방체>로 내부에 정신을 포함한 무언가를 보관할 수 있는 상자입니다.
 
방금까지 당신은 그 속에 속해있었으며, 내부에서 가동을 정지시키는 버튼을 찾아 눌렀기에 기동이 종료되고 밖으로 나왔다는 사실을 이해합니다.
 
이런 기계가 존재할 수 있는 걸까요?
 
그리고 이런 정보들은 어째서 갑자기 흘러들어오는 걸까요?
 
리우 옌:뭐야, 대체...
 
리우 옌:
SAN Roll
기준치: 36/18/7
굴림: 56
판정결과: 실패
1
 
➔ 실패
 
리우 옌:...
 
석판 너머, 동굴 깊숙한 곳에서 매캐한 냄새가 올라옵니다.
 
연기가 코와 입을 찔러와 잔기침을 몇 번 합니다.
 
리우 옌:... 켈록, 콜록, ... 무슨 ..
안에 불이라도 질렀어?
 
그 안쪽에는 잿더미가 있습니다.
 
소티스:예.
 
리우 옌:뭘 태우려고.
 
소티스:구울을 처리할 때는 손톱 하나 남지 않도록 전부 깔끔하게 태워버려야 합니다.
그렇지 않으면 손톱이나 손가락이 사람을 공격해 피부에 파고들어 구울이 되어버릴 수도 있습니다.
아르도어가, 그 경우입니다.
 
리우 옌:... ...
 
소티스:어찌 혼자 힘으로는 처리했으나, 남은 것을 태운다는 생각까지는 미치지 못했던 거겠죠.
 
리우 옌:...
그래서, 알도 그렇게 전부 태워버리겠다?
흔적도 없이?
 
소티스:⋯예.
 
리우 옌:... ...그러지마.
(알 쪽으로 몸 옮겨 막아섰다.)
 
소티스:아니오.
아르도어는 이곳에서 죽을 것이고, 본인도 그것을 택했으며,
제가 그렇게 할 겁니다.
 
리우 옌:...
 
소티스:어째서 발견 즉시 그를 죽이지 않았는지는, 저도 모르겠습니다만.
마지막에 아는 사람과 함께 있을 수 있었으니, 그에게는 좋은 일이었겠죠.
 
리우 옌:... 헛소리를 다 하네.
 
소티스:헛소리가 아닙니다. 그는 당신을 그리워했어요.
돌아가고 싶어도, 저 몸으로는 그럴 수 없다고 했었습니다.
그런데 당신이 찾아왔으니, 잘된 일 아닙니까?
 
리우 옌:네가 기계새끼보다 잘된게 뭐냐.
분명 상처를 줬겠지...
그런 것도 이해 못해?
 
소티스:좋은 일일 거라 생각했습니다만.
그에게도. 당신에게도.
더 묻고 싶은 것은 없습니까?
 
리우 옌:... ... ...
... 없어. (막아서고 있던 손을 툭, 떨궜다.)
 
소티스:예. 그럼, 어떻게 하시겠습니까?
그를 데리고 돌아간다는 선택지는 불허합니다. 저 역시 다할 사명이 있으니까요.
그러나⋯.
두 사람의 관계를 존중합니다. 끝을 낼 사람이 있다면 당신이겠죠.
그의 마지막 말을 명심하십시오.
 
리우 옌:... ...
아르도어, ...
... 알,
... ... 알...
나, 나 역시... 나 ... 못하겠어... ...
네가 말했던 부탁같은거, 들어줄 수가 없어... ...
 
리우 옌:... ...
 
소티스:당신이 끝을 내지 않으면, 내가 합니다.
 
리우 옌:... 알아.
그래서 지금,
... 할거야...
(제 손에 가장 크고 날카로운 깃털 빼 들었다. 손에 가득 힘이 들어가 움켜쥔 손에서 피가 송글송글 맺혀 흐른다. 결의를 굳혔다. 이윽고 내가 할 행동도, ... 정해져 있는 수순이다.)
(하고, ... 심장을 명확히 꿰뚫는 깃털이 있었다.)
 
리우 옌:(그리고 그것을 빼들어 마저 찔렀다. ... 부탁같은거 들어줄 수 없다고 했잖아. 마지막 칼질은 자신에게 향해있었다.)
 
소티스:뭘 하는 겁니까?
 
리우 옌:왜.
 
소티스:멈추십시오. (, 옌의 팔을 강하게 붙든다.)
 
리우 옌:관계를 존중한다면 네가 상관할 바 아니잖아.
 
소티스:아니오.
나는 그의 인간성을 존중해, 살려두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당신은 구울이 아닙니다.
그런데 어째서 당신은 스스로 목숨을 버리려고 합니까?
 
리우 옌:닥쳐, 내가 언제 너보고 죽여달라고 했어?
 
소티스:⋯그가 좋아하지 않을 겁니다.
 
리우 옌:네 임무는 끝났어, 돌팔이 의사.
...하.
아직도 모르겠어?
난 미움 받고 싶어서 이러는거야.
 
소티스:⋯.
 
리우 옌:(거친 파육음과 함께 혈이 터져나오고, 타는듯한 통증에 저도 모르게 힘이 풀려 고꾸라졌다. 벽에 기대듯 미끄러져 주저앉았다.)
 
당신은 소티스의 양보를 받아들이기로 합니다.
 
도구를 손에 쥐었을 때는, 아르도어가 당신에게 마지막으로 했던 말이 떠오릅니다.
 
그 말을 따르기로 합니다.
 
타지에서, 모르는 사람에게 당신도 모르게 죽는 것보다는 낫다고,
 
본인을 위로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모든 일을 끝내고,
 
자신 역시 그와 함께 숨이 멎어갈 무렵에⋯.
 
당신의 앞에 서 있던 소티스가 말합니다.
 
소티스:⋯무엇이 사람이 사람을 해치는 것을 망설이게 하는지,
십오 년간 생각해 봤지만 잘 모르겠습니다.
그리고 이제는 누군가를 따라 목숨을 버릴 수 있는 행위도,
제게는 의문으로 남게 되겠죠.
 
옌은 마지막 목소리를 내어, 그에게 답을 했을까요?
 
리우 옌:... ...사랑, ..이다, 이... 멍청아.
 
멀어져가는 빗소리만이 귓가에 계속해서 메아리칩니다.
 
 
 
 
이후, 두 사람의 시신은 소티스의 손으로 화장되었습니다.
 
사인은 의문사 처리가 되었고,
 
두 사람을 위한 장례식이 열렸습니다.
 
비는 더 이상 내리지 않습니다.
 
KPC 로스트
 
PC 로스트
 
이성 회복 없음
아르도어가 여행을 떠난 곳은 비수기에는 한가한 휴양지입니다.
 
리우 옌: 그림
 
적은 인원의 사람들이 한적하게 살아가고 있으며 물이 맑고 공기가 좋은 산으로 둘러싸인 마을입니다.
 
리우 옌:지금부터 오프레입니다.
 
그 마을로 향하던 아르도어는 길을 잃고 헤매게 되는데, 이 때 원치 않은 사고로 구울과 접촉하며 구울화하기 시작합니다.
 
리우 옌:아니 나를 두고 저런데에 갔어?
아니 이게 말이돼?
 
아르도어가 당황하며 헤매고 있을 때 누군가 구울을 죽이며 등장합니다. 그것이 소티스입니다.
 
소티스는 이스족 인간요원으로, 마을의 괴멸을 막기 위해 위대한 이스족으로부터 보내진 사람입니다.
 
리우 옌:하느님도 우릴 버렸지, 젠장맞을
 
이 구울 한 마리는 미래에 저 마을 전체를 잡아먹고 수 많은 사람들을 구울로 만든다고 하며,
 
리우 옌:(이스족?이뭐야?)
 
저 마을은 지구의 역사의 큰 역할을 하는 (이스족 입장에서 중요한 장치가 되어주는) 곳이었기 때문에 이 구울을 미리 과거에서 사살하기 위해 온 것입니다.
 
리우 옌:아하...
 
아르도어라는 피해자가 이미 발생한 것은 변수였습니다.
 
이대로 두면 아르도어 역시 구울이 될 테고 마을이 위험해질 수 있기 때문에 사살하려 합니다.
 
리우 옌:...
 
그러나 어떠한 마음의 변화로, 아직은 인간인 아르도어를 죽이는 것이 망설여진 소티스는 그가 완전히 구울화하기를 기다려주기로 합니다.
 
리우 옌:뭐야짜식
보는눈은잇어가지고.;;
 
육신이 전부 변하게 되는 하루이틀의 시간을 길게 느낄 수 있는,
 
가속의 입방체(룰북 272p ‘정지의 입방체’를 반대로 변형한 것. 하단의 설명 참조.) 안에 아르도어의 정신을 넣습니다.
 
그가 평범한 사람처럼 남은 여생을 살아가는 체험을 할 수 있게요.
 
그리고 입방체 안을 관리하기 위해 자신의 정신의 일부분도 입방체 안으로 전송합니다.
 
모든 준비를 끝낸 상태의 아르도어가 인간으로서 이곳에서 죽을 것을 받아들였을 때, 옌에게 연락을 남기게 됩니다.
 
이후 근처의 동굴에 자리를 잡고 시간을 기다립니다.
 
리우 옌:,,,,,,,,,,,,,,,,,,,,,,,,,,,,,,,,
뭐 이딴...
 
그때 아르도어의 연락을 보고 수상하게 여겨 이곳을 방문한 옌은, 사람을 수소문하며 마을을 돌아다니다 소티스와 조우합니다.
 
옌이 찾고 있는 사람이 아르도어라는 사실을 알게 된 소티스는, 옌의 기억을 왜곡시켜 역시 입방체에 가둡니다.
 
리우 옌:........
 
그리고 그 안에서 벌어지는 것이 이 시나리오의 내용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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